[불교포커스] 낙동강 숨결 느끼기 순례

방송날짜: 2010.01.09


















낙동강 숨결 느끼기 순례
① 강가에 반짝이는 금모래빛







2010년 01월 09일 (토) 01:29:32 여수령 기자 [email protected]

“편견 없이 바라보자.”


1박2일 낙동강 순례에 따라나서기로 결정하고 처음 든 생각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편견 없이 보고 오자는 것이었다. ‘살리기’도 되고 ‘죽이기’도 되는 4대강 사업이 진행되는 낙동강 현장을 찾아가는 길이지만, 피켓이나 플래카드 하나 없이 그저 강을 따라 걸어보자는 제안이 마음을 끌어 당겼다.


불교환경연대의 주최로 7~8일 진행된 순례는 매주 낙동강 순례를 진행하고 있는 지율스님이 안내를 맡고 유정길 에코붓다 대표와 박병상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장, 김응철(중앙승가대) 박창근(관동대 토목공학과) 우희종(서울대 수의학과) 이도흠(한양대 국문과) 이상헌(한신대) 교수 등 ‘불교계 4대강 심포지엄’ 준비위원들과 단체 활동가 30여 명이 동참했다.










   
▲ 하안단구가 아름다운 지층을 자랑하는 마애습지.


순례단이 처음 발길을 내린 곳은 안동시 마애리 마애습지. 낙동강이 굽이돌아 나가는 마애리에는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부처님 한 분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본디 망천(輞川)으로 불렸던 이 마을이 ‘마애’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유다. 2007년에는 마을 문화공원 조성 사업 중 선사 유물이 발굴되기도 했다.


마애습지는 임하댐과 안동댐 완공 후 낙동강의 본래 흐름이 끊어지고 형성된 배후 습지로, 하안단구가 아름다운 지층을 자랑하는 곳이다. 모래사장에는 고라니와 수달의 발자국이 총총히 찍혀 있다. 지율스님은 “이곳에서 자주 수달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마애습지부터 병산-하회마을-구담습지로 이르는 길은 지율스님이 낙동강 전 구간 중 가장 아름다운 도보길로 꼽은 곳이기도 하다.


병산서원을 거쳐 내성천에 도달했다. 내성천은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회룡포 마을을 휘감는 낙동강의 지류다. 내성천을 따라 펼쳐진 드넓은 모래사장은 낙동강에 모래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소백산이 내린 선물’이라는 별칭은 괜히 붙여진 게 아니다.










   
▲ 눈 덮인 내성천 모래사장을 걷는 지율스님과 순례자들.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내며 눈길을 걷던 순례자들이 넓디넓은 내성천 모래사장을 한달음에 달렸다. 내성천 맑은 물을 손으로 떠 마시던 순례자들의 마음이, 강에서 수영하고 얼음 지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오랜만에 눈길을 걷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을까. 누군가의 제안으로 일행이 눈밭에 몸을 뉘었다. 포근하고 따뜻한 기운에 저절로 미소가 그려진다.


구미 해평습지에서는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온 철새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낙동강 중류 수변공간인 해평습지는 4만평에 걸쳐 펼쳐진 철새도래지다. 특히 흑두루미(천연기념물 228호)와 재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 등의 철새들이 중간 기착지로 활용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해평습지에는 깨끗한 모래톱이 형성되어 있고, 강 주변을 따라 버드나무 숲이 울창하다. 한가롭게 노닐던 기러기 한 무리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기러기의 군무(群舞)가 만들어내는 포물선이 이토록 아름다웠던가.


뿐만 아니다. 새벽이면 하얗게 물안개가 오르고, 낮에는 빛을 반사해 반짝거리고, 어둠이 내릴 때면 노을에 보라색으로 물드는 강. 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지율스님은 ‘1박2일 낙동강 숨결 느끼기 순례’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것은 여기까지. 지율스님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보 건설 공사가 끝나면 모래사장도 철새도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지율스님은 “강을 따라 하루 1000그루씩의 나무가 베어지고 있다. 공사가 시작되고 소음이 끊이지 않자 노루들도 모습을 감췄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기사 이어집니다)










   
▲ 지율스님이 시시각각 변하는 강의 아름다움을 설명하고 있다.









   
▲ 낙동강이 굽이돌아 나가는 마애리에는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부처님 한 분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 ‘소백산이 내린 선물’ 내성천에 펼쳐진 드넓은 모래사장은 낙동강에 모래를 공급한다.










   
▲ 썰매를 타고 눈밭에 누워보며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순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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