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텃밭에서 행복한 아이들

– 윤태순 (정토어린이법회 담임교사) –

일요일이면 정토회관에서 어린이법회가 열린다. 하지만 동시에 열리는 다른 모임들 때문에 늘 공간이 부족하다. 오늘도 어김없이 모임들로 꽉찬 회관. 여기저기 장소를 찾아 헤매다가 혹시하는 마음에 옥상에 올라가 보았다.

우와! 세상에 누군가 정성껏 만들어 놓은 옥상은 아늑한 쉼터가 되어 내눈에 들어 왔다. 작은 연꽃이 피어있는 연못이며 고추, 깻잎, 토마토, 가지가 주렁주렁 열린 텃밭이며, 잘익은 오이와 수세미가 노란 꽃을 머리에 달고, 탐스럽게 물이 올라서는, 시원스레 그늘을 드리운 원두막이 어서 오라는 듯 샐쭉이 웃고 있었다.

따라 올라온 아이들은 탁트인 옥상텃밭을 보며 ‘이야~!’하며 함성을 질러대며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느라 신들이 났다. 상추에 달팽이가 있다고 소리치는 아이, 작은 연못 속에서 올챙이를 발견한 아이, 방아개비를 잡은 아이, 저마다 신기해 하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옥상 연못에 어떻게 올챙이가 있을 수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았더니 물가에 자라는 돌미나리를 흙 채 가져와서 심었더니 개구리알이 따라와서 부화한 것이라고 한다. 얼마 후 옥상텃밭에는 어른손톱만한 앙증맞고 귀여운 청개구리가 참외잎 위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의 신기함은 무어라고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렇게 여기저기 구경을 하다보니 법회시작 할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부랴부랴 걸레들을 들고 원두막바닥을 청소하고는 활짝 열린 마음으로 어린이법회를 시작했다.

그 이후로 우리의 법회공간은 종종 옥상이 되었다. 법회가 끝나면 원두막에서 싱그러움이 가득찬 텃밭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었다. 무공해 상추를 따서 물에 한번 흔들어 씻고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쓱쓱 비벼 먹으면 밥맛이 말 그대로 꿀맛이었다. 여름 한철을 그렇게 보낸 아이들은 쌀쌀한 초겨울에도 옥상에 올라가자면 다들 좋아라 한다. 쌀쌀한 날씨에 맞게 떡복이와 어묵국물을 만들어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렇게 옹기종기 모인 몇 안되는 인원이었지만 꽤 괜찮은, 인상 깊은 법회를 하도록 정성들여 텃밭을 만들어 준 분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정말 정말 행복했어요’라고 말이다.

그리고 올해는 우리도 텃밭 가꾸는 일에 함께 하려고 한다. 꽃도 심고 상추도 심고, 도심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또 있을까? 도심 한복판에서 원두막의 추억을 가지고 자라는 행복한 아이들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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