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000명 서약 ‘빈그릇 운동’ 의 힘! – 한겨레신문
방송날짜: 2005.12.12 19:11:46
정토회 시작 15개월만에 문화운동 새지평…
참여단체 음식쓰레기 3분의1로 줄인곳도
▲사진- 11일 오후 서울 명동 우리은행 앞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빈그릇운동 참여 서약을 받고 있는 정토회 부설 환경교육단체 에코붓다 회원들 앞을 잔반통에 빈 그릇 등을 실은 음식배달 이륜차가 지나가고 있다. 이정아 기자 [email protected]
불교 수행공동체인 정토회가 시작한 ‘빈그릇운동’에 동참하기로 한 서약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100만명’이라는 숫자는 지금까지 시민운동에서 이뤄진 여러 서명운동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더구나 ‘외부에 요구’하는 서명과 달리 ‘자기 내부부터 변하겠다’는 서약의 형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지난해 9월부터 빈그릇운동을 기획하고 이끌어 온 정토회 부설 환경교육단체 에코붓다는 11일 “빈그릇운동에 호응해 ‘음식을 남기지 않겠다’고 서약한 사람이 9일 현재 99만9999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에코붓다는 9일 이후 서약자 수를 집계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 뒤로도 서약자 행렬은 이어지고 있어 서약자 수가 100만명을 훌쩍 넘겼을 것으로 보인다. 에코붓다가 99만9999명 이후 서약자 집계를 않고 있는 것은 빈그릇운동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100만번째 서약자로 노무현 대통령을 ‘유치’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빈그릇운동은 음식을 먹을 만큼만 만들어 남기지 말자는 운동이다. 이로써 환경보호와 자원절약을 실천하고, 그렇게 아낀 자원을 지구촌의 어려운 이웃과 나누자는 취지다. 이 운동에 동참하는 사람은 음식물을 남기지 않겠다는 서약과 함께, 자신이 아낀 음식물을 굶주리는 이웃과 나누겠다는 마음을 담은 성금 1천원을 기부한다.
이 운동은 지난해 9월5일 경북 문경의 정토회 수련원에서 정토회원 1천명이 서약하면서 출발한 뒤 불과 두 달여 만에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참했다. 서약자 중에는 환경단체는 물론 정치·문화·예술·교육 등 각계각층이 고루 망라됐다. 정토회 쪽은 운동이 각계의 호응을 얻고 있는 데 대해 밥알 하나도 소중히 하는 전통 문화를 지닌 사회에서 음식물을 버리지 말고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뜻이 호소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토회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이 운동은 5월 천주교·개신교·원불교 등 다른 종교 단체들이 종파의 차이를 넘어 적극 참여하면서 100만명 서약이라는 새 목표를 내걸었다. 그리고 불과 7개월이 지나지 않아 새 목표가 달성됐다.
이 운동은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이 서약자로 참여한 많은 학교에서 급식 뒤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서울 휘경동 휘경여고에서는 1학년 3반과 5반 학생들이 빈그릇운동 동참을 서약한 것이 다른 학급에까지 영향을 줘 급식 뒤 나오는 음식쓰레기가 서약 이전의 3분의 1 가량으로 줄어들었다. 또 빈그릇운동과 음식물을 이용한 지렁이 기르기를 함께 하는 인천 부평의 부흥중학교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양이 15%로 줄었다.
유정길(46) 에코붓다 대표는 “지금까지는 주로 학교와 종교단체 등을 중심으로 운동을 펼쳐왔으나, 앞으로는 음식점들과 공공급식소, 회사 구내식당 등으로 참여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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