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타임즈] ‘친환경 = 고가’ 방정식을 깬다.
방송날짜: 2007. 6. 2
‘친환경 = 고가’ 방정식을 깬다. 알뜰한 소비…초록이 재생 | ||
지구온난화, 자원 고갈 등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 재앙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세계의 연구소들을 중심으로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친환경적인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개인이 잘 먹고 잘 사는 법에 집중하는 ‘웰빙(참살이)’ 열풍에 사회가 들썩였다면, 이제는 건강과 행복을 추구함에 있어 지구와 환경을 먼저 고려하는 ‘로하스(발우살이)’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 맞춰 기업들도 친환경 제품들을 속속 쏟아내고 있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천연 화장품, 수질오염과 피부 보호를 동시에 고려한 친환경 주방·세탁세제, 열풍 건조를 통해 음식물 쓰레기를 3분의 2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기계 등 친환경 제품들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을 앞세운 제품들이 등장함으로써 ‘이타적 소비’를 고려하는 이들에게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친환경이라는 이름만 붙으면 가격이 껑충 뛰기 때문에 가족들 입에 들어갈 먹을거리를 제외하면 이들 제품에 선뜻 손이 가기 힘든 게 현실”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친환경=고가’라는 등식이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지렁이로 아크릴 손뜨개는 천연수세미 방부제없는 천연화장품 사용
이러한 문제 제기에 환경운동가들은 “친환경적인 삶을 위해 고가의 상품을 구입하고 매순간 반드시 지갑을 열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생활과 소비 패턴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지구를 살리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세계 환경운동가들은 매년 11월 마지막 주를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Buy Nothing Day)’로 정하고 유행과 쇼핑에 중독된 현대인들의 생활 습관과 소비 행태에 대해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상품의 생산부터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환경오염, 자원 고갈 등이 발생하는 만큼 소비를 하지 않는 것 자체가 지구를 지키는 방법 중 하나라는 의미다. 이들이 제기하는 소박한 실천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한 예로 음식물 쓰레기의 부피를 줄이기 위해 열풍 건조 방식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 기구를 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당량을 만들어 먹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지만 이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면 ‘지렁이 화분 키우기’를 통해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바꾸면 된다. 정토회 ‘에코붓다’와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에선 매해 분기별로 지렁이 화분을 시민들에게 분양하고 있다. 지렁이는 자기 체중의 80~120% 무게의 먹이를 먹고 분변토를 배설하는데 이 흙이 퇴비 역할을 한다. 지렁이 화분 1개는 일주일 동안 200㎖들이 우유팩 2개 분량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다. 두 해 전 환경단체로부터 지렁이 화분을 분양받은 이후 계속해서 지렁이에게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부탁하고 있다는 주부 김보경(32·서울 신사동)씨는 “가끔 음식물 쓰레기를 넣어주면서 흙의 촉촉함을 유지해주고 뚜껑을 잘 덮어두면 지렁이는 절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면서 “가끔 흙을 뒤집어 관찰하다 보면 즐거움까지 느낀다”고 말했다. 또 꼭 값비싼 천연 세제를 살 필요도 없다. 2000원 정도 하는 아크릴 실뭉치를 손바닥만 하게 떠서 설거지를 하면 기름기 많은 접시도 어느새 말끔해진다. 이외에도 녹색연합, 환경연합, 환경정의 등 환경단체들이 진행하고 있는 일회용품 줄이기, 장바구니 들기 캠페인, 프린트 카트리지 재활용 캠페인, 천연 화장품과 대안 생리대 만들기 강좌 등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도 자신과 사회, 모두가 상생하는 발우살이족 반열에 동참할 수 있다.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다. 이날을 지갑을 열지 않고도 친환경적인 삶을 살 수 있음을 증명하는 날로 삼으면 어떨까. 김세옥 기자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