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생태뒷간
수세식 화장실에서 일을 본 뒤 레버를 누르면 내가 만든 배설물은 몇 배나 더 많은 물에 씻겨 내려 금방 우리 시야에서 사라진다. 그 후 그 오줌과 똥은 정화조에 담겼다가 더 멀리 흘러가 분뇨처리장에 모여 처리된다. 수세식 변소에 누는 오줌과 똥은 내 몸과 분리되는 순간 나와는 관계없는 그 머나먼 곳으로 보내지는 것이다. 이 수세식 변소는 배설물을 많은 양의 물로 깨끗하게 처리하기 때문에 방에 혹은 부엌과 나란이 붙어있기도 하다.
그러나 푸세식은 다르다. 뒷간(왠지 푸세식은 뒷간, 수세식은 화장실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것 같다)은 사는 공간과는 좀 떨어져 집채의 뒤뜰이나 한쪽 구석에 있기 때문에 이름도 ‘뒷간’이다. 이 뒷간의 오줌과 똥은 버려지는 것이 아니고 그 자리에서 삭아 밭으로 보내져 거름이 된다. 우리는 밭에서 나는 채소는 먹지만 이 채소는 내가 버린 그 오줌과 똥을 먹고 자란 것이다. 내가 버린 것이 바람과 물과 태양과 흙의 큰 에너지를 모아 입으로 다시 들어오는 순환을 반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