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그릇운동과 지렁이가 펼쳐보이는 계성여고 풍경
– 편집부 –
“우리가 지렁이 키웠지만 지렁이 통해 우리가 성장…”
“지렁이부 활동을 하면서, 가공 식품을 못 먹는 지렁이를 통해서 나는 인스턴트 음식이나 가공식품 먹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야채를 즐겨 먹게 되었다. 또 지렁이를 통해 식물을 키우고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모습을 전교 학생들이 다 보게 됨으로서 학교 전체적인 분위기는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고, 다른 학교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친환경적인 분위기가 가득하다” 계성여고 학생의 이야기이다. 모든 것이 대학입학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우리나라 고등학교에서 지렁이를 이야기하고 텃밭을 이야기하고 생명과 환경을 이야기 한다는 것이 참으로 꿈같은 일처럼 느껴진다.
계성여고가 이러한 풍경을 만들어 낼 수 있게 앞장 섰던 미술을 담당하고 있는 채지연 수녀는 1년간의 겸헝을 들어보았다. 아이들이 자신 안에만 갇혀 있지 않고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단단해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지렁이를 키웠지만 지렁이를 통해 우리가 성장했습니다. 작은 것이지만 설거지 거리를 줄일 방법을 찾아 이리저리 생각해 보고 우유팩을 행궈 마시고 꼭 필요하지 않다면 차 대접은 사양하고 컵을 들고 돌아다니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생활, 드러나지 않게 하나씩 실천하는 기쁨에 아이들과 나누는 은밀한 기쁨은 무척 큽니다. 이런 여러가지 시도를 통해 학교는 아이들의 환경교육과 인성교육측면에서 무척 큰 성과를 얻는다는 것이 한해동안 경험한 우리의 결론이다.
2005년부터 지렁이를 분양받아 키우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빈그릇운동도 함께 시작했습니다. 학교 급식을 시작하며 가장 큰 문제는 대량으로 발생될 음식물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 것이었다. 외부 급식회사에서 처리하는 문제라고 떠넘기기에는 우리에게 생각할 것으로 던져지는 문제들이 많은 것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이 문제를 우리는 학생들에게 생명과 환경에 관한 귀한 학습의 장으로 활용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지렁이와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헌 책상을 부셔서 나름대로 고안한 상자를 만들고색칠도 하고 마음을 다지며 지렁이와의 만남을 준비했다. 전혀 낮선 미지와의 만남은 두려웠다. 아이들도 나 역시 그저 구경꾼으로 지렁이와 만나고 그들을 대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렁이 도우미를 공지했다. 1학년 5명과 2학년 5명으로 구성되어 일주일에 1,2번 10개의 사육상과 토분의 지렁이에게 먹이을 주고 수시로 지렁이의 상태를 확인하며 관찰한 것으로 지렁이일지를 작성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며 사육장 청소, 환기 등 지렁이에게 필요한 모든 여건을 조성해 나갔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살짝 열어보는 것이 습관처럼 되었고 처음 먹이를 주던 설레임, 아이들은 지렁이와 사귀기 시작했고 만지면 터질까 두려워하며 조심스럽워 했다. 조금씩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은 지렁이를 사랑하기 시작했고 지렁이의 존재를 알아가고 이해했으며 우리가 왜 지렁이를 키우는지, 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지,문제가 무엇인지, 환경을 생각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등 새로운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는 눈이 열렸다.
지렁이는 먹이와 아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많은 분변토를 만들고 세상에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는 그만큼 줄어들게 됐다. 사육상과 토분에서 만들어지는 분변토는 잔디밭, 은행나무, 화분 텃밭 등의 비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분변토를 섞어서 모종을 심고 가꾼 작물은 튼튼하여 진딧물같은 병충해에도 강하여 특히 장무 후에도 병충해가 거의 생기지 않았다.
아이들은 새로운 시각, 깊은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하고 환경운동을 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생활해야 한다는 것을, 생활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작고 미약하지만 세상에 메아리가 되어 싶어 하고 물줄기가 되어 그렇게 자신들이 보고 느끼고 체험한 바를 나눠주고 싶어 한다.
지렁이는 지렁이의 역할을 다하며 우리는 우리의 역할을 다하여 초록별 지구가 처음 생겼을 때의 깨끗하고 아름다웠던 그때처럼 변화되기를 꿈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