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공동체, 트윈오크스(Twin Oaks)
2007.07.24 12:03:00
살맛 나는 공동체, 트윈오크스(Twin Oaks)
유정길
유토피아
“낮에는 열심히 농사짓고 해먹(hammock, 달아매는 그물침대)를 짜고, 두부도 만든다. 그리고 저녁 식사 후에는 언제나 마을 사람들과 노래와 놀이 춤추기와 토론회, 그리고 다양한 축제를 벌인다. 조용히 연못가를 거닐기도 하고 조그만 강을 따라 카누타기를 즐긴다. 저녁 무렵에는 산들바람 부는 언덕 위 나무에 매여있는 해먹에 누워 반짝이는 별들을 쳐다보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밤을 지새기도 하고, 산 속 깊숙이 초막을 만들어 조용히 밤의 고요함과 야성을 느끼기도 한다. 백여 명이 함께 밥을 먹고, 탁구를 치기도 하고 게임도 하며 영화를 보기도 한다.”
독자는 아마도 유토피아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위에 묘사한 이상사회 비슷한 곳은 엄현히 세상에 존재한다. 바로 미국 워싱턴에서 남쪽으로 약 2시간 거리, 버지니아의 주도 리치먼드와 샬롯스빌 사이에 있는 트윈오크스 공동체(Twin Oaks Community)이다.
공동체 생활은 과거에는 소수 특별한 사람들만의 삶 정도라고 생각했지만, 오늘날 환경위기의 시대, 그리고 Y2K 따위 기술과학문명의 불안정성과 거친 시장의 소용돌이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으로 다가서고 있다 특히 환경위기는 단순히 경제개발과 오염의 문제를 넘어서서 이미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삶의 방식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오늘날 같은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대에는 모든 나라가 선진국과 같은 소비수준을 달성하고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만일 그렇게 된다면 엄청난 파국을 면키 어렵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이미 뼈아프게 느끼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환경문제를 가치관과 생활양식의 전환으로 해결하려는 패러다임 변화를 위하여, ‘죽임’이 목적인 기계문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들지 않는 순순한 해방구, 또는 거접으로서 공동체 운동에 대해 점차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공동체 운동은 자발적으로 가난을 선택하고, 자연과 인간의올바른 관계를 회복하며, 경쟁과 대립, 폭력과 전쟁을 극복하고, 사람들끼리 살맛 나는 끈끈한 인관관계를 만들고자 한다. 그리고 사회운동가들은 저항과 반대운동만이 아니라 창조적인 대안운동으로서 협동조합 운동이나 공동체 운동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하고 놀고 살고 늙기
트윈오크스 공동체는 반문화 운동이 한창 유럽과 미국 등 서구를 휩쓸던 시절인 67년에 시작되었다. 이 곳의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은 미국의 반문화운동, 학생운동을 거친 히피 세대들이다. 실제 이곳에는 히피 문화가 곳곳에 각인되어 있다. 설립자들은 또한, 심리학적 이상사회를 묘사한 B.F.스키너의 소설 “웰던 투(WaldenTwo)를 읽고 감동한 사람들이었다. 어쨌든 이 공동체는 미국 전역에 널린 7백여 공동체를 네트워크하는 구심으로서 FIC(Fellowship of Intentional Community)의 중심역할을 하면서 30년간 성장했다. 이 곳에는 미국에서도 아주 특별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전형적인 생태 마을이며, 친환경적 생활양식을 고수하고, 대안적 에너지와 새로운 인간과계 및 어린이 교육 등이 시도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트원오크스는 2십여 개의 크고 작은 건물로 이루어져 있고 450에이커의 땅을 소유하고 있다. 주거 공간은 마을 하나 정도 크기를 차지한다. 모든 건물은 태양에너지를 사용하고, 환경을 고려하여 페인트칠을 하지 않는다. 자원재활용을 철저히 실시하며, 채식을 위주로 하는데, 재미있는 것은 거의 매일 보리쌀과 안남미를 섞은 밥을 주식으로 한다는 점이다. 또한, 두부를 생산하여 파는데, 특히 허브를 넣은 두부도 새로이 개발하였다. 덕분에 이곳 사람들은 두부를 자주 먹는다.
이 곳은 대표적인 비종교 공동체로 미국 사회에서 아주 안정되고 성공적인 공동체로 꼽히고 있다. 이곳에서는 매주 금요일 각 회원들에게 노동시간표(labour sheet)를 준다. 이는 1주일간의 개인작업 계획표로서 각 개인의 의견을 반영하여 짜여진 것이다. 1시간에 1점식을 주어 일 주일에 45.5시간의 노동점수(labour quota)를 받아야 한다. 그러니까 45.5시간 정도의 일을 해야 하는데, 하루에 7시간 꼴의 노동량이다. 그리고 개인이 몸을 아파서 일을 못하거나, 공무로 하루를 밖에서 보내야 하는 경우에는 6.5점이 주어진다. 또한, 주어진 계획표에는 작업 종류와 할당량이 아주 느슨하게 잡혀 있다. 따라서 나머지 여유시간에 자발적인 노동을 통해서 할당량을 채우면 된다. 그리고 초과노동을 해 점수를 축적해 두면 나이 들어 일하기 힘들 때 작업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된다.
어쟀든 트윈오크스는 공동체의 역사와 미국 사회운동의 역사가 농축되어 있는 곳이다. 이곳은 다양성을 중요한 기치로 내걸고 있어서, 페미니스트, 아나키스트, 게이, 레즈비언 등이 함께 살고 있으며, 불교도, 카톨릭 교도, 퀘이커 교도 등 다양한 종교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조화를 이루며 아주 겸소하게 산다. 또한, 부부라 할지라도 각방을 사용한다. (스키너의 ‘월덴투’를 보면, 그렇게 하는 게 부부 관꼐를 훨씬 더 돈독하게 만든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고, 해먹(hanmmock)을 만들어서 파는데, 리치먼드에서 트윈오크스 해먹은 아주 유명하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의 해먹 생산 시스템은 원목을 자르고 실을 마드는 것에서부터, 해먹을 짜서 포장, 수송하는 데까지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여기서는 음악과 그림, 조각 등 예술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목공소, 해먹 짜는 곳, 주방과 식당 등 모든 곳에서 반드시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시설이 완벽히 갖추어져 있고, 개인 각자가 헤드폰으로 자기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설까지 있다. 또한 어떤 사람이 한 분야를 전담하지 않고 여러 가지 일을 바꿔가면서 일을 한다. 이를테면 하루에 3시간은 해먹을 짜고, 2시간은 두부를 만들고, 1시간은 밭일을 하는 등, 하루에도 여러곳을 돌아다니며 일하는 것이다.
실제로 가장 바쁜 시간은 저녁이다. 저녁 식사가 끝나면 온갖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글링 배우기, 아나키스트 토론회, 페미니스트 토론회, 사회운동지원 토론회, 돌림노래 부르기, 밤의 오르가즘(여장 댄스파티), 영성 게임, 영화보기(여기 사람들은 텔레비젼을 보지 않는다. 겨우 3편의 비디오를 금,토, 일요일에만 본다.), 그림 그리기, 별 보며 밤샘하기, 명상하기, 요가, 카누타기 등 거의 매일 공동체 성원들끼리 행사를 만들어 놀기도 하고 이야기도 한다. 이곳은 페미니즘 전통이 강한 곳이어서 밥은 돌아가면서 당번이 하고, 아이 키우는 일은 육아를 담당하는 사람이 따로 있기 때문에, 여성들은 남성들과 동등한 권리를 누린다. 또한, 매년 공동체 내 페미니스트 회의를 개최되기도 한다.
트윈오크스는 소규모 축제를 자주 연다. 식당에다 조그만 종이에 써서 공지하기만 하면 화이어 파일, 콘트라댄스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리고 발렌타인데이 대신 이 곳에서는 2월 17일에 벨리데이션데이(Valition Day)를 성대하게 치른다. 2주일 전부터 식당에 있는 테이블 하나에다 잡지나 그림을 펼쳐놓고, 회원 수만큼의 개인 카드를 만든다. 준비하는 과정이 다 보이기 때문에 보름 전부터 마음이 설랜다. 카드에는 카드 주인에 대한 덕담을 기록한다. 벨리데이션데이 당일에는 집단 결혼식, 밥 딜런 흉내내기, 카드 주기, 댄스 파티 등이 하루종일 진행된다.
여기 아이들은 아주 특별한 교육을 받는다. 학교에 가지 않고 홈스쿨링을 받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홈스쿨링으로 교육을 하는 곳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제도 교육은 아이들의 인성을 훼손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트윈오크스 공동체에서 아이들은 데가니아(Degania)라는 집에서 따로 생활한다.
이곳에 살고 싶은 사람들은 3주간 방문자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회원이 되겠다는 요청을 한 뒤 인터뷰를 받는다. 3주 프로그램이 끝난 후 10일간 지원자는 공동밖으로 나가 살거나 자기 집으로 돌아가 살면서 자기 결정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공동체에서는 어떤 지원자를 회원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구성원들에게 의견을 묻고, 다시 한번 심의한 뒤 결정을 내리고, 드디어 지원자에게 결과를 통보한다.
다른 공동체들
한국에도 여러 공동체가 있지만 미국의 경우 공동체 편람에 나오는 곳만 해도 7백여 개나 된다. 그 중에 내가 본 곳은 뉴욕에 있는 가나스(Ganas)라는 공동체는 도시공동체로서, 이 곳에선 재활용 매장 4공을 운영하며 백여 명이 함께 산다. 구성원들은 아침 7시 30분부터 10시까지 일에 대한 마음나누기를 하고 6시 30분까지 작업을 하며, 그 후엔 서로 친목의 시간을 갖는다. 모든 공동체가 그렇듯이 함께 사는 사람들끼리 아주 친근하며 거대가족처럼 살아간다.
그 다음엔 맨해튼 남쪽 끝에 있는 카톨릭워커 공도에를 방문했다. 이곳에는 성 요셉 하우스와 매리 하우스가 있는데, 일을 돕는 사람들과 행려 병자 등 오십여 명이 살고 있다. 카톨릭워커 공동체는 도로시 데이(Dorothy Day)와 피터 모린(Peter Maurin)에 의해 시작되 공동체로 미국전역에 백5십여 개가 있다. 이들 공동체는 중앙집중적 카톨릭교회와는 반대로, 철저하게 분권적이며 각각 자치적이고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가난한 자들과 함께하고, 비 폭력적이며, 애덕 행위와 육체노동, 그리고 자발적인 가난을 중요시한다. 물론 뉴욕 주변에는 브루더호프라는 아주 성공적인 기독교 공동체도 있다.
이상을 현실로
공동체 운동은 한국 사회에서도 점차 많은 사람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 귀농 운동이 확산되면서 공동체적 이상을 품고 귀농하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저항 중심의 사회운동은 오늘날 삐걱거리는 사회의 구멍을 매워주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궁극적인 통합적 전망을 제시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따라서, 대안적인 삶을 제시하는 공동체 운동은 환경운동, 종교운동, 농민운동, 그리고 새로운 사회운동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끊임없는 시도할 것이다.
소식지 2001년 3,4월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