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생리대를 만드는 남자 : 당산중학교
2007.06.25 17:45:55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통해 여성을 이해해요.”
면생리대 만들기 교육을 하는 당산중학교 ‘선생님들’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 인근에 위치한 당산중학교. 지난해부터 빈그릇 운동을 학교단위로 실천하고 있는 대표적인 환경실천 중학교다. 교무실에 들어서니 ‘다화수’라는 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작년부터 ‘수다날’이라고 해서 수요일은 다 먹는 날이라는 방식으로 빈그릇 운동을 진행했는데, 올해는 교장선생님께서 직접 다 먹는 화요일, 수요일이라는 의미로 ‘다화수’라는 테마를 정해서 진행하고 있어요.”
이 학교 환경부장 안호숙 선생님의 말이다.
“수업시간에 적응 못하는 아이들이 빈그릇 운동은 열심히 잘 하는 아이도 있어요. 그 아이 나름대로 자부심을 느끼죠. 아이들에게 칭찬거리가 되니까 참 좋아요.”
▲ 교무실 한 켠의 빈그릇 운동 게시물이 학교의 특성을 말해준다.
빈그릇 운동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직접 몸으로 부딪히면서 환경교육의 즐거움을 알게 된 이 학교 환경부서 선생님들은 지속적으로 아이들을 교육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단다. 마침 1학년 수업에 심화보충 시간이 기술,가정 교과로 배정이 되어, 일주일에 1시간 더 수업을 하게 되었다. 가정교과 정은주, 안호숙 여자선생님 2명과, 기술교과 김용국, 조광래 남자선생님 2명 이렇게 네 명의 교사가 함께 논의 하여 면생리대를 만들어보자는 의견을 모았다.
“교과 내용을 더 자세히 가르칠 수도 있었지만, 저희학교는 빈그릇 운동을 혁신 과제로 해서 꾸준히 하고 있으니까 1학년 아이들에게 환경문제를 좀 더 고취시키기 위해 대안생리대를 한 번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남자선생님들은 바느질을 해본적도 가르쳐본 적도 없어서 걱정이 앞섰어요. 그런데 의외로 흔쾌히 해보겠다고 하셨어요.”
▲ 면생리대 만들기 수업에 들어가는 기술,가정 교과 선생님들(정은주, 안호숙, 조광래 쌤)
“1학년 1학기 가정교과에 성교육이 있어요. 월경과 남녀의 생식기관, 수정과 임신, 성에 대한 바른 태도, 이성친구와의 바른 관계에 대한 내용들이 있기 때문에 이 수업을 통해 심화 교과가 될 수 있었어요. 남녀에 대한 차이를 받아들이고, 서로에 대하여 이해하는 계기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기획되었어요.”
첫 수업시간에는 여자선생님이 함께 들어가 바느질에 대하여 설명해주었다. 본떠서 속 패드를 넣고 홈질하고, 마무리 바느질 하는 것까지 기본적인 교육을 한 후 남자선생님이 이후 수업을 맡아 진행했다. 의외로 남자선생님 반에서 잘 만드는 아이들이 많았다고.
<- 모양도 삐뚤 빼뚤 제각각이지만 손맛이 느껴지는 면생리대.
“남학생들이 아무래도 좀 못하죠. 여학생들이 잘 해요. 만드는 과정에서 이걸 들고 오가고, 남선생님과 생리대 이야기를 나누니까 다른 여자 선생님들이 민망해 하시기도 하셨죠. 어떤 선생님은 자기 아들이 당산중에 안 다니는게 다행이라고 할 정도로 거부감을 나타내는 분들도 계셨어요.”
‘생리대를 만들어서 뭘 할 거냐’는 목소리가 들려올 정도로 교무실 내에서 조차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남자선생님 두 분은 재미있고 보람되다는 반응이다. 기술교과 담당 조광래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제가 학교를 다닐 때만해도 성교육을 받은 것이 전무했어요. 그때는 기술과 가정과목이 분리 되었죠. 그래서 제가 생리대에 대해서 알게 된 것도 결혼을 하면서였어요. 교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생각을 가지고 접근을 했는데 처음 학생들 반응이 이상했죠. 1학년 여학생들이라 생리를 하는지 안하는지도 잘 몰랐고요. 접근 방법이 어려웠지만, 학생들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고 재미있게 수업을 했어요.
저 같은 경우 딸을 두 명 키우고 있지만 아직 8살, 4살이라 생리전이에요. 아이가 초경을 했을 때 면생리대를 만들어 주면 뜻 깊은 선물이 될 것 같아요.
특히 남학생들은 어떻게 만드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어요. 제 어린 시절을 생각했을 때 여동생이 둘이나 있었음에도 이런 문화를 접할 기회가 없었거든요.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에 대한 즉 이성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배려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남학생들 입장에서 더욱 좋은 수업이었다고 생각되고요. 그리고 생각외로 남학생들도 반발하거나 그렇지 않고 잘 따라왔어요. 뭐 중간 중간 짓꿎고 장난치는 친구들이 있었죠. 하지만 어느 수업에나 그럴 수 있다 생각해요.
▲ 기술교과를 담당하는 김용국 선생님과 (좌) 조광래 선생님.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를 배우는 수업시간
아무래도 바느질이 주가 되기 때문에 여학생들이 훨씬 꼼꼼해요. 제가 고등학교 있다가 처음으로 중학교에 왔는데다가, 처음으로 가정 파트 분야를 가르치는 것이라 어려웠어요. 제가 바느질을 잘 모르니까요.
그래서 포커스를 어디다 맞췄냐면 ‘바느질을 잘해라’가 아니라 이성에 대한 배려와 이해 부분이었어요. 우리 사회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가 많잖아요. 서로에게 이해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그것이 학교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성평등이라는 부분이 이해하는 데서부터 시작되어야 된다고 보거든요. 저도 이 수업하기 전에는 생리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었어요.
결혼하고 나서 아내가 한 달 주기로 예민해지고, 어떤 때는 몸이 무척 아프기도 하니까 그런가보다 했는데 잘 몰라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들이 책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직접 만들어보면서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어려움이 있구나 그런 것들을 알게 되겠죠. 남학생들도 여학생이 모르는 어떤 어려움들을 가르쳐 주는 계기가 된다고 봐요. 서로를 이해하는 거죠. 기본적으로 성교육시간에 그게 되어야 하는데 이론 중심이다 보니 대화할 시간이 없잖아요. 그런데 이 수업에는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 하는 거죠. 바느질이 예쁘진 않아요. 시도에 의의를 두는거죠.
수업시간은 재잘재잘 떠드는 소리에 조금 산만한 듯 했지만 아이들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열 네살, 대부분 초경을 시작해 생리대를 쓸 나이, 여자아이들은 조금은 부끄럽지만 몸의 변화에 대해 받아들이는 시간이었다. 남자 아이들도 서투른 바느질이었지만 면생리대를 만드는 것이 재미있는 모양이다. ‘가보로 남겨두겠다’는 짓꿎은 소리도 들렸다. 1학년 3반과 8반, 두 교실에 들어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서연
옛날사람들이 쓰던걸 내가 만들어 본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실제로 써볼 생각은 있지만 불편할 것 같아요. 일회용 생리대가 몇백년동안 썩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한지샘
처음에 선생님이 이런걸 왜시켰나 했는데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내가 환경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게 뿌듯했어요.
전 처음 생리를 할 때 할머니께서 장롱에서 기저귀천으로 만든 생리대를 꺼내어 주셨어요.
가끔 집에서 잘 때 애기 기저귀천으로 만든 생리대를 써요. 그럴 때 할머니께서 빨아주시니까 쓰지 제가 빨긴 귀찮아서 못쓸거에요.
일회용이 편하긴 해도, 하나 쓰고 버려서 환경 오염을 하는 것보다 내가 빨아 쓰는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만들어보니까 실수도 많고 어려운데 많들어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별로 예쁘진 않죠^^;;
남수빈
만들면서 처음엔 되게 쑥스러웠어요. 남자가 이걸 만든다고 하니까요. 같이 해본적이 없어서 어색할 줄 알았는데 실제로 만들어 보니까 괜찮아요.
만들면서 편해진거 같아요. 뭐라고그럴까 요즘 아이들이랑 뭔가 편해진거 같아요. 남자애들이 저흴 이해해주는 것 같기도 하고요.
생리자체가 자연스러운 거잖아요. 이거 만들어서 써보려고 하는데 잘 못만들어서 어떻게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요.
이다섭
바느질을 잘 못해서 어려웠는데, 내 생리대를 내가 만든거라 보람있고 좋았어요.
남자애들은 안쓰잖아요. 그래서 남자애들이 만든거 모아서 제가 쓰려고요^^
우리나라에서 생리대 만드는데 쓰이는 비용도 어마어마하잖아요. 이건 일회용이 아니니깐 몸에도 더 좋고, 환경에도 좋다고 저번에 TV에서 나오더라고요.
성희원(바느질 잘하는 남학생^^;)
선생님께서 만들라길래 만들었어요. 선생님이 시키시니까 중요한 일 같아서요. 만들어서 부모님 가져다 드리는 거 아니에요? 생리 얘기하면 부끄럽죠. 내가 하는게 아니니까요.
아이들은 바느질에 집중했다가, 이내 웃고 떠든다.
이제 갓 중학교에 입학한 풋풋함,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의 발랄함이 교실에 가득하다.
사소한 일에도 고민이 많던 나의 열 네살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저절로 유쾌한 기억들이 떠오른다. 고마운 만남이다.
특히 이 아이들은 빈그릇 교육을 입학 후부터 받아 잔반량이 눈에 띄게 적다고 한다.
도화지 같은 아이들, 물감을 칠하는데로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수함이 느껴진다.
아마 먼 훗날 이러한 체험들이 푸른 지구를 가꾸는데 거름이 되어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