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반도봉사활동다녀왔습니다
2007.12.21 16:59:25
20일 새벽 6시 반 정토회관 앞으로 8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모두 다 태안반도에 가야겠다는 일념으로 인터넷을 뒤져서 신청하고 이른 새벽부터 졸린 눈을 비비고,
행여나 늦을까봐 잠도 못자며 기다리다가 왔다고들 하네요.
아는 얼굴도 있지만 처음보는 얼굴들도 많고, 나중에 들은 말이지만 법당안의 부처님을 보고 놀라신 분도 있었다고 합니다. (신청은 했는데 정토회가 어떤 곳인지 잘몰라서 말이죠)
차가운 새벽바람에 눈까지 내려서 오늘 바닷가에서의 작업에 걱정을 앞서게 했습니다.
버스가 태안반도에 도착한 것은 일정보다 늦은 10시 40분쯤..
태안군 소원면 소근리
마을 입구에는 <충청남도 기념물 자연산 굴> 간판과 컨테이너에 붙은 <원유유출피해 대책본부> 플랜카드가 대조를 이룹니다. 갯내음은 간데없고 매캐한 기름냄새로 온통 뒤덮힌 갯벌은 이미 일찍온 다른 봉사자들로 가득하고 우리도 조금 더 올라가서 작업준비를 시작합니다.
생전처음 입어보는 방제복과 마스크로 고무장갑으로 중무장을 하니 서로의 모습에 웃음이 저절로 나나 봅니다.
그런 모두에게 소근리 마을 이장님께서 나오셔서 작업을 설명해주셨습니다.
설명은 잠시, 몸조심하시라는 당부와 이렇게 와줘서 고맙다는 인사, 그리고 갈때 인사 못챙길테니 죄송하다고,
거기다 돌아가 모두 잘지내라는 덕담까지, 마음고생 심하실텐데도 우리부터 챙겨주시고 환한 미소로 반겨주시는
이장님 덕에 무거운 마음은 사라지고 이장님과 우리 모두 큰 웃음으로 시작합니다.
” 여기 와서 우리가 돌에 묻은 기름 조금 닦아내는게 무슨 도움이 되겠나 그렇게 생각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힘으로 지금 이렇게 나아지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힘이 되자. 그런 마음으로 가볍게 해주세요.”
<정토회 긴급구조단장> 대학생부 이상환부장
<개척자들>을 대표해서 간사인 김영미 법우님도 환한 웃음으로 인사합니다.
오전 작업은 가져온 헌옷으로 갯가의 돌을 닦아내는 작업입니다.
강서구의 한 의류업체에서 정토회로 이름도 밝히지 않고 써달라고 보내왔다네요.
작업할때 닦아내는 용도이기도 했지만 옷을 버리지 않게 작업복으로 갈아입기도 했는데 정토회 실무자들이 입고 간 옷보다도 더 좋았다죠 ㅋㅋㅋ
조별로 화이팅도 하고. 서로서로 소개해 가면서.
정토회에서 100일 출가행자로 살기도 했던 오성근 조장님 “어느정도로 닦아야 해요?” 하는 질문에 이렇게 답해줍니다. ” 음! 40년 걸릴 걸 20년 걸리도록요!”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한다는 20살 청년 장준호.
(어머님이 이연옥 보살님이시라는데 이번에 불교대를 졸업하신답니다.)
오른편은 성악을 전공하는 정수연씨. 자연과 사회봉사에도 관심이 많다하고요,
나중에 다른 행사에 노래를 부탁해도 해주시겠데요.. 장준호 학생이 작곡해주면 그 노래를 불러줄 수도 있다네요.. 오늘도 오후 작업 전에 솜씨를 뽐내셨답니다.
방진마스크로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은 김성수 학생/ 형하고 형친구를 따라온 김승현 학생 모두들 눈가에 웃음이 가득합니다.
가장 마을 안쪽에서 작업한 대학생부 이준길 법우 조 뒤로 멀리 방파제에
밀물때 기름이 밀려와 만들어논 검은띠 경계가 뚜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늦게 도착한 탓에 다른 봉사자들보다 조금 더 일하고 있는데 마침 식사하러 집으로 들어가시는 마을 어르신들이
밥이나 먹고 하라고 걸음을 멈추시고 안쓰러워 하십니다.
기름때와 오전내내 씨름하다가 집까지 들어가시는 중간에 굽은 허리를 펴지도 못하시고, 상심이 크시겠다는 우리들에게 오히려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 아니야. 전국에서 이렇게 다들 봉사를 와줘서 그만혀. 봐! 이 장화가 인제 신고 다녀도 이렇게 깨끗하쟎어. 처음엔 엉망이었는데 나아지고 있는거지..”
목소리에는 아직 힘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갯벌이 살아나는데 참 긴 시간이 걸릴거라는데….
그때까지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