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면 된다 | 임정아
2년째 매실을 담갔다. 20kg 매실을 담그면 요리할 때 갈증 날 때 이래저래 1년 은 먹는다. 새로 늘어난 집에 테이블을 만들었다. 목공일을 하는 단디네 작업장에서 5명이 모여 나무를 자르고 대패질하고 톱질을 해서 우리 집에 맞는 테이블 3개를 만들었다.
집 가까운 곳에서 텃밭을 한다. 요즘 같은 날은 수확물이 넘쳐난다. 엊그제 밭을 정리하고 수확한 열무와 얼갈이배추로 여럿이 모여 김장을 했다.
최근 한 달 동안 함께한 일 이다. 함께 일을 한다는 거, 생산적인 일을 한다는 거, 이 과정이 쉽지가 않다. 함께 살 기를 시작하면서 어떻게 살지 를 구상할 때만해도 돈을 쓰 는 여가생활이 아니라 함께 하는 우리가 만드는 생활을 하고 싶다 했다. 그 ‘우리가 만드는 생활’의 시작은 내게 미쳐 헤아리지 못했던 숨 은 일들과 그 마음을 보이게 해줬다.
매실 담그는 일정을 잡는 것부터 쉽지 않다. 함께 하면 좋겠지만 각자의 삶이 있 어 날짜를 잡아도 모두가 참여하기란 힘들다. 일정을 잡는 과정에도 미안한 마음 서운한 마음 고마운 마음이 오고간다.
그렇게 매실 담그는 날 아침이 되었다. 일정이 있어 함께 하지 못하는 이는 미리 매실 다듬을 공간을 깨끗이 청소해 주었다. 또 누군가는 매실과 장독을 미리 씻어 말려두었다. 또 어떤 이는 개인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기꺼이 일손을 보탠다. 100 일이 지나 새콤달콤한 매실 액이 나오면 함께 사는 이들과 고마운 마음으로 매실 을 먹을게다.
‘함께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은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모두가 함께 만들었다. 머릿속으로 그리던 나의 ‘우리가 만드는 삶’은 혼자 할 수가 없다.
혼자 매실을 담그고 김장을 하는 건 고된 일이 되지만, 함께 만드니 둘러앉아 재 미난 드라마 한 편 보며 이야기 나누는 사이 매실 꼭지가 따져있고 열무가 다듬어 져 있다. 또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고 다 하지 못한 일을 누군가는 해준다. 함께 하지 않았으면 그냥 흘려버리거나 지나갔을 시간이다. 테이블을 만든다는 건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사람들이 함께 살며 힘들지 않냐 갈등이 생기지 않냐 묻는다. 소소한 갈등은 일 상적으로 생기고, 힘든 마음은 수시로 생긴다. 하지만 그 갈등의 이면에는 함께 정성껏 살아보자는 마음이 있고 그 힘든 마음이 지나고 나면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 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
함께 사는 일이 혼자 혹은 둘이 사는 일보다 더 많은 몸과 마음을 써야 됨은 분 명하다. 하지만 이렇게 2년 가까이 살다보니 함께 사는 일을 잘하면 혼자도 잘 살 겠다 싶다. 게다가 함께 살면 혼자는 못하는 일들을 할 수 있으니 함께 하는 이 순간이 감사하다.
# 에코붓다 소식지 2013년 3월~6월 호에 실린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