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가난, 개인이 스스로 당당해야 | 송순애

지난 7월부터 (사)에코붓다에서는‘에코보살을 찾아서’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에코보살이란 자발적 가난을 추구하며 지속한 삶의 양식을 실천하는 환경실천가를 말한다. 전국의 가장 모범적인 에코보살 20 여명을 선정하고 그들을 찾아가서 일일이 인터뷰하고 자료화하는 작업이다. 이는 지속가능한 인류 문명을 위한 환경실천 생활모델을 정립하여 불자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생활양식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다. 수도권에서 진행한 한 에코보살의 인터뷰를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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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정토회 송순애 보살

김성균(이하‘김’) : 안양의 성결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반갑다. 에코보살로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정토회 회원으로서 활동하게 된 계기와 봉사한 지는 몇 년이 되었는지?
송순애(이하‘송’) : 2009년부터 봉사를 시작했으니 해수로 5년째 하고 있다.

김 : 주로 어떤 봉사를 했나
: 다니던 서대문지부에는 봉사자가 많지 않아 주로 교육팀, 법회, 회계담당을 했다. 교육담당으로 특강수련도 같이 진행하고 학생들의 모든 교육일정에 참여했다.

김 : 봉사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떤 마음으로 참여했는지.
: 정토회에서 마음공부를 하면서 내가 변화한 모습이 너무 고마웠다. 행복하고 자유로운 마음을 같이 나누고 싶어 봉사를 시작했다. 정기적인 봉사를 하면서 봉사가 왜 필요한지 알게 됐다. ‘난 많이 변해서 좋아졌다’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내 생각이었다. 같이 일하는 봉사자하고 관계를 맺으면서 내 모습을 제대로 보게 되었다.

김 : 인간관계를 하면서 정리된 봉사의 개념은 무엇인지?
송 : 봉사는 결국 내가 좋아지는 것이지 남을 위한 봉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을 위한 봉사라고 생각하면 힘이 드는데, 나를 위한 봉사이니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하게 되었다. 그리고 전보다 상대에게 기대를 덜하니(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니) 실망도 안하게 되었다.
교육담당 법사님께서 불교대학은 담당자가 행복하고 더 자유로와졌다면 그 불교대는 성공한 것이라는 말씀이 이해가 됐다. 내가 행복하면 자연스럽게 상대방도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봉사라고 생각한다.

김 : 정토회 회원이 된 이후 변화가 있었다면 생각이나 생활면에서 어떻게 바뀌었는지.
: 남을 이해하게 되니까 받아들여지는 마음이 생겼다. 문제가 되었던 남편과의 문제, 애들 문제, 시댁문제 모든 것들이 다 마음과 얽혀있었다. 내가 옳다는 생각이 강해서 남편이 하는 말과 생활 전반의 모든 것들이 다 틀리다고 생각했다. 불교를 공부하면서 ‘예’하고 합니다를 실천해 봤더니 남편 말이 다 맞았다. 틀리더라도 일단 ‘예’한다. 그러면 남편하고 대화가 된다. 그 자리에서 ‘노우’를 하면 남편도 반발을 한다. 일단 ‘예’하고 보면 틀린 말이 없고 틀렸다 해도 마음 받아주면 대화가 가능해진다.

김 : 정토회를 통해서 변한 마음가짐이 사회관계 할 때도, 에코붓다 환경을 실천할 때도 달라졌을텐데 좋은 사례 또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 어릴 때부터 아껴 쓰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 남편 따라 독일 유학했을 때가 85년도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배낭에 자기 컵을 가지고 다니고 카페에서 자기컵을 사용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차는 당연히 카풀을 하고…너무 놀랬다. 집에는 퇴비 만드는 통이 따로 있고 만든 퇴비는 정원에서 사용했다. 분리수거는 당연히 실천하고…‘이렇게 잘사는 나라 사람들이 환경실천을 하는데 우리는 왜 그럴까?’ 싶었다. 그때부터 환경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다. 한국에 돌아왔는데 물건이 넘쳐났다. 귀국했더니 내가 물건을 살 필요가 없이 친지 분들이 가전제품과 차를 주셨다. 한국은 물건이 넘치는구나 생각했다. 시장갈 때 바구니 들고 다니고 물건은 항상 재활용하고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주민들이 내놓은 물건 중에서 골라 사용하고 있다. 이 냄비도 그렇게 우리집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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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쓰는 헌겊을 재활용한 만든 냅킨

김 : 독일이 생태공동체나 환경활동 모든 것을 잘하고 있는 것 같다. 그 현장을 보고 한국에 와서 정토회를 만나 환경에 대해 고민할 때 어떤 지점이 일치된다고 생각하는지.
: 환경실천을 확실히 하는 것이 좋았다. 혼자 집에서 실천하고 있었는데 정토회에 오니 모두가 실천하고 있었다. 에코붓다에서 지역의 대표를 뽑아 한명씩 발표하는 행사가 있었는데 휴지 안 쓰는 것을 보고 집에서 아이디어를 냈다. 너무 낡아서 재활용하기조차 힘든 옷을 이용하여 이렇게 방석을 만들었다. 버려지는 헝겊을 이용하여 식탁용 냅킨을 만들고 일반 티슈처럼 통에 차곡차곡 담았더니 식구들이 잘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한 가지 한 가지 실천할 수 있는 게 좋았다. 물건을 허투루 안 쓴다는 것이 좋았고 빈그릇 실천하는 것이 좋았다.

김 : 인터뷰 사전 참고자료를 보면 재미있는 것이 있다.
1)물건을 최소한으로 사고 끝까지 사용한다.
2)칫솔을 두 세 번 사용하는 등 물건을 아껴 쓰고 오래 사용하는 방법을 잘
활용한다.
3)전기 에너지를 아껴 쓴다.
고 했는데 일단 세 가지를 케이스별로 이야기해 달라.
: 칫솔을 사용하다 보면 손잡이는 멀쩡한데 모가 벌어져서 못 쓰는 경우가 많다. 고민하다가 신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물을 끓여서(소독 차원에서 죽염을 조금 넣고)5분 정도 담가 놓으면 칫솔모가 부드러워진다. 이때 손으로 모아주면 벌어진 칫솔모가 세워진다. 3번 까지는 가능하다. 3번째 이후는 빨리 닳고 벌어진다.

김 : 정말 아이디어다. 오늘부터 당장 실천해봐야겠다.
: 소독도 되고 플라스틱 버리는게 아까워서 실천하고 있다. 비누도 대부분 반은 물에 불어 물러져서 없어진다. 호일을 이용하여 비누 바닥에 붙여 놓으면 비누를 끝까지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

김 : 또 다른 게 있는지
: 주로 버리는 게 없어서 집안 대부분의 물건을 15년, 20년 정도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헝겊을 이용해서 다양한 것을 만든다. 겉은 남는 천을 이용하고 속은 못 입는 속옷을 넣어서 냄비집게를 만들고, 못 입는 면으로 된 것은 걸레로 이용하고 있다. 한 번에 버리는 것은 없다. 현관 앞에 있는 돼지저금통도 7-8년째 사용하고 있다. 보통 저금통 배를 가르면 버리는데 테이프를 붙여 재사용하면 된다. 음료수 구입 시에는 주로 병으로 된 것을 구입한다. 집에 정수기가 없어서 물병에 물을 받아서 밥할 때 사용하고, 끓인 물은 병에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 놓는다. 전기제품이 정말 필요한 것 외에는 없다. TV, 냉장고, 컴퓨터, 김치냉장고(이것도 주위에서 줘서 사용한다. 그래서 여름에는 반만 사용하고 내가 옥수수를 좋아해서 여름에 많이 사서 보관할 때 사용한다) 흔히 사용하는 전기압력밥솥도 없다. 가스압력솥을 이용해서 밥을 한다.

김 : 그럼 하루에 두 번 밥을 하나?
: 아니다. 아침에 밥을 해서 먹고 나머지 밥은 퍼서 냉장고에 넣어놓았다가 나중에 떡 찌듯 쪄서 먹는다. 또 다른 방법은 밥통 째 약한 불에 올려놓으면 누룽지도 생기도 금방한 밥처럼 맛이 있다.

김 : 불편하거나 힘들지 않나?
: 음식 맛은 불 조절에 있다고 한다. 불 조절이 좋은 가스불에 음식하는 것이 더 맛있고, 버릇이 돼서 불편하지 않다. 전기제품에 불이 들어와 있는걸 보면 불편하다. 쓰지도 않는 제품에 불이 빨갛게 들어와 있는 것을 보면 눈을 부릅뜨고 있다 충혈된 것 같아 보인다. 그래서 얼른 끄게 된다.(웃음) 대부분의 전기제품은 사용하지 않을 때 멀티탭을 이용해서 전기를 차단한다. 처음에는 가족들이 불편해 했는데 이제는 같이 실천한다.

김 : 특징 중에 ‘물건을 최소로 구매한다’고 했다. 물건을 구매할 때 선택기준이 있을 것 같은데 궁금하다.
: 충동구매는 없고 세일한다고 해도 가지 않는다. 내가 필요한 것이 있을 때만 장을 보러 간다. 물건을 사서 쌓아 놓는 일은 절대 없다.

김 : 그럼 시장에 가면 식료품만 구매하나?
: 주로 그렇다. 1차 식품만 구매하고 2차 식품(인스턴트/요리된 음식)은 구매하지 않는다. 커피도 리필제품을 구매하고 일회용으로 된 스틱제품은 구매하지 않는다. 주로 제철 음식을 구매한다. 무조건 많이 사지 않는다. 그래서 냉장고가 거의 비어 있다. 김치냉장고가 없을 때에는 김치냉장고 역할을 냉장고가 했다. 세탁기도 옛날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모델이 오래 된 것이라고 해서 기능의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김 : 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노하우가 있을 것 같은데
: 유행을 따라서 구매하는 경우는 없고, 필요해서 구매한 것은 망가져서 사용 할 수 없을 때까지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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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 다 된 구두

김 : 신발은 어떻게 하나
: 계속 고쳐서 신는다. 신발도 둘째아이 임신했을 때 구매해서 지금까지 신는데 거의 20년이 다 되었다. 그래서 밑창을 한번 수리해서 신었는데 이제는 발목부분 털이 닳아서 신을 수가 없다. 우산도 15년 사용했다. 우산 천 부분이 닳아서 교체할까 하다 우산살이 다 녹슬고 꺾여서 그만 사용했다. 대부분의 물건은 망가지지 않으면 끝까지 사용한다.

김 : 요즘 우산을 일회용 쓰듯이 쓰고 있는데 15년이라니 놀랍다.
: 우산을 잊어버려서 놓고 오지 않는 이상 계속 사용한다.
부엌칼과 과도도 30년 이상 사용하고 있다. 냄비도 30년째 사용한다. 중간에 뚜껑이 깨져서 그것만 교체했더니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다.

김 : 물건관리의 노하우가 있지 않을까 한다. 물건을 소중하게 관리하는 것 같다.
: 대학 때 입던 옷도 입고 있다. 나랑 어울리지도 않는데 유행이라고 구매하지 않는다. 개성이 없는 건 싫다. 그런 고집이 있으니까 환경실천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김 : 가장 최근에 산 물건은 무엇인가?
: 내 옷은 지난 에코붓다 알뜰장터에서 구매했고 애들 옷은 사이즈가 없어서 쇼핑센터에서 구매했다.

김 : 전기 에너지 아껴쓰기에 대한 실천담은?
: 먼저 전기제품이 많지 않고, 제일 흔한 코드빼기, 세탁물 일주일 동안 모아서 색깔별로 두 번 세탁하기 등이 있다.

김 : 전기세는 한 달에 얼마나 나오나
: 이번 달은 덥다고 남편이 계속 선풍기를 틀어서 삼 만원 나왔다. 봄, 가을에는 이 만원 정도 나온다. 에어콘도 남편의 권유로 구매는 했는데 아주 더울 때 며칠만 사용한다. 그런 경우에는 오 만원 정도 청구된다. 겨울에 난방하는 방법은 자기 전 한 시간 정도 보일러를 켜고 솜요에 솜이불을 이용한다. 그리고 실내에서 쉐타나 가디건을 입고, 내복은 기본이다. 거실바닥이 차가워서 못 쓰는 천을 이용해서 깔개를 만들어 마루에 늘 깔아놓는다.

김 : ‘이런 것은 꼭 이야기 하고 싶다’ 하는 게 있다면
: 내가 해보고 싶었던 것은 여름철에 페트병에 물을 받아서 햇볕이 잘 드는 베란다에 두었다가 저녁때 샤워를 하면 온수를 이용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한여름에도 찬물로 샤워하기는 힘든데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받아서 사용하니 물도 절약할 수 있다. 집에 강아지가 있어서 냄새가 나는데 락스를 이용하지 않고 식초나 소다, EM발효액을 사용한다. 이것도 환경과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집은 약을 거의 먹지 않는다.(병원에도 안가고 감기약도 안 먹은 지가 15년 됐다) 만약 감기가 걸리면 생강, 대추, 귤껍질을 끓여서 마신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싫어했는데 먹어보고 효과가 있으니 이제는 먼저 찾는다. 배 아플 때는 매실차를 마신다. 자연스럽게 면역력이 생기는지 약을 거의 먹지 않고 치유가 된다. 상비약처럼 생강, 대추, 귤껍질은 냉동실에 늘 구비되어 있다.

김 : 자발적 가난, 청빈이라는 단어가 요즘 대두되고 있다. 사실 도시에 살면서 특히 아파트에 살면서 실천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아파트 숲에서 자발적 가난이 어떻게 하면 가능한지?
: 일단 경제적으로 지출이 안 되니 돈이 모인다. 필요해서 구매한 물건을 사용하지 않고 놔두고 있는 것이 나는 마음에 걸린다. 물건도 쓰이려고 만들어진 것인데 쓰지 않는 것을 보면 마음이 불편해서 아예 구입을 하지 않는다. 전체적인 생각이 바뀌기 전까지는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일단 내가 환경실천을 하면 내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것 같다. 우리가족을 예로 들면 남편도 언젠가 부터는 멀티탭을 끄고 플러그를 뽑고 있다. 대기전력을 줄이기 위해 셋톱박스도 껐더니 처음에는 당황스러워했는데 전기절약이라고 말했더니 수긍을 했다. 가까운 이웃도 내가 만든 수박쨈을 나눠줬더니 본인도 실천하려고 한다. 나 한명이라도 모범을 보이면 된다.(많은 사람은 생각이 바뀌어야하니까 힘들겠지만) 친구들 모임에 냅킨을 들고 가니까 주변에 변화가 왔다. 이런 환경실천은 불편하거나 남들과 달라서 창피한 일이 아니고 보람이 있는 일이다.

김 : 사회는 소비를 조장하고 있다. 근검절약하는 것이 이상한 취급을 받고 있다. 소비 지향적인 사회 시스템에서 에코붓다가 어떤 활동을 하면 에코붓다의 정신이 사회저변에 확산될 수 있을까
: 개인이 스스로 당당해야 한다. 창피한 것도 아니고 옳은 일을 하는 것이니까. 자주 하지는 않지만 자장면을 주문할 때도 단무지나 젓가락을 가져 오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나를 보고 배우는 것 같다. 그리고 홍보, 교육을 많이 해야 한다. 마을마다 환경실천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생활 속의 작은 실천이 필요하다. 그리고 모범적인 환경실천 사례를 공유해야 한다. 주부들이 바뀌어야 한다.

김 : 3일째 인터뷰 다니면서 듣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긍심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환경실천을 할 수가 없다.’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우리가 늘 이야기하는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자는 것이 먹지 말라는 것이 아니고, 내가 필요한 만큼만 먹고 쓰자는 말이다. 우리가 명심해야 될 말이 아닌가? 넘치는 사회 버려지는 사회가 되고 있다. 내가 벌지 못하면 절약하는 것이 돈을 버는 것인데, 어떻게 하면 절약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 고민하면 답이 나온다. 환경파괴는 우리의 생명하고 관련되어 있고, 환경이 파괴되면 공멸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좋겠다.

김 : ‘넘치는 사회 버려지는 사회’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이제까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

에코붓다 소식지 2013년 7월,8월 호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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