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그릇 경보 발령! | 최한아
우리 에코캠퍼스가 한 학기동안 가장 많은 시간, 비용과 노동력을 쏟은 활동인 교내잔반조사. 이 조사는 우리 동아리가 2005년에 생긴 이후로 계속 해왔던 주요 활동이다. 매일 아침 점심 저녁 학교식당에서 나오는 잔반의 무게를 기록하고 잔반량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아침에 수업도 없는데 일찍 일어나서 사람들 밥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고 다 먹고 나면 더러운 음식쓰레기통을 손으로 만지고 하는 게 솔직히 좀 싫었다.^^; 아마 우리 동아리원들도 속으론 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잔반량이 줄어드니까 그 때문에 꾸준히 하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우리는 잔반조사 당번을 정해서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조사하러 나가는데 꼭 까먹는 친구가 있기 마련. 그럼 정말 멘붕이다@.@ 데이터를 내야하는데 한끼 조사가 빠지면 하루 데이터를 낼 수가 없기 때문에 학교에 있다가 식당으로 전력질주!! 동아리원들 덕분에 아침운동을 제대로 하는 셈이다.
처음 잔반조사를 시작했을 때는 너무 수치가 너무 높아서 이걸 줄일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확신이 없었는데 매일 매일이 들쑥날쑥 하지만 전체적으론 감소하는 걸 보면서 그래도 한 학기 고생이 헛되지는 않았구나 하는 뿌듯함이 남았다.
데이터를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캠페인 다음날이 가장 수치가 높다. 우리가 밥을 남기지 말라고 해서 괜히 반감이 생겨 막 버린 것일까? 처음 목표는 전국 평균과 비교하여 ‘200g 이하로 수치를 떨어뜨리자’고 하였는데 목표에 거의 도달했다. 하루하루 데이터는 200g 이하인 날이 많은데 평균을 내니 수치가 훌쩍 올라가버렸다. 그래도 그 이후엔 점차 줄어드는 수치를 보니 내가 정말 잘했구나 생각한다. 🙂
잔반조사가 성공적으로 된 것에는 캠페인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웬 인형이 식당에?? 황당한 모습이다. 식사하시는 분들도 황당해 한다. 더운 인형 탈을 쓰고 매주 수요일마다 ‘밥을 남기지 맙시다’ 피켓을 들고 돌아다니며 캠페인을 했다. 인형에게 장난치는 분들도 있었는데 성공적이었다. 사람들한테 한 발 다가가는 것엔 성공했으니! 우리 동아리를 호의적으로 생각해주시는 분들도 늘어나 다음 학기의 활동이 더 기대가 된다.
학생들도 그런 모습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재밌어하는 표정이다. 특히 여학생들이 많이 좋아한다. 처음 보는 여학생들에게 탈을 쓰고 다가가면 차갑게 굳어있던 표정도 펴지고 웃으며 말을 건다. 늑돌이가 먼저 다가가면 부담스러워 하다가도 어느 순간 경계심이 풀리고 늑돌이를 귀엽게 생각해주는 모습들이 보인다. 그게 우리가 인형을 택한 제일 큰 이유였다.
탈을 쓰고 한 시간만 있으면 땀범벅이 된다. 앞도 잘 안보이고 지나가면서 사람들이 장난치느라 때리고 캠페인활동 하느라 식당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수고했어 늑돌아!
이번 1학기는 모든 활동을 다시 새롭게 시작했던지라 어떻게 해야 사람들의 호의를 살 수 있고 효과도 가장 잘 나타날지 전혀 알지 못하고 시작을 했기 때문에 상당히 힘들었다.
얼마 전에 어머니와 식사를 하러 고깃집을 간적이 있는데 반대편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가족들 중 한 꼬마아이가 ‘빈그릇식사 해야하는데’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너무 깜짝 놀라 획 돌아 봤는데 처음 보는 아이였다. 이젠 빈그릇 식사라는 말이 모두에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말이 된 것 같다. 그래서 웬지 더욱 의지가 생겨난다! 다음 학기도 힘내서 열심히 해보자. 파이팅~!!!
최한아 | 경상대학교 환경동아리
# 에코붓다 소식지 2013년 7월,8월 호에 실린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