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으로 가벼워지고, 나눔으로 행복한 알뜰시장 | 손효은

환경팀에서는 환경을 보호하고 실천하는 수행자가 되기 위한 노력으로 ‘내 마음의 푸른 마당’을 한달에 한 번 진행하고 있다. 평소 ‘내 마음의 푸른 마당’의 참여율이 낮은 아쉬움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전체 대중이 소비사회에 살면서 향유하는 물질적 풍요를 함께 성찰하는 계기로 삼고자 올해 6월을 ‘중고물품 바자회’로 기획했다.

둘째 주 수요법회 때 전체공지를 한 후, 불대생과 경전반 학생들이 내어놓은 물품들은 옷가지들과 모자, 신발, 가방, 유아용품, 문방구류, 주방용품 등등 정말 다양했다. 모두들 각 개인마다 소중한 물품들이었기에 깨끗이 세탁, 손질하여 주셨지만 더러는 그렇지 못한 물품들도 있었다. 기증받은 물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먼지로 인해 눈, 코, 입이 매케하고 따가웠지만, 다양한 물건들을 들여다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기도 했다.

무상기증이었기에 가격표를 붙이지 않고 천원, 이 천 원으로 가격을 정하고 (사)한국 JTS에서 기증받은 새 옷과 새 가방, 간혹 개인이 내어놓은 새 옷들을 재질과 모양, 브랜드에 따라 삼천 원으로 환경기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에 따라 전날 2층 강당에서 정리를 해 두었는데 다행히 날씨는 개었지만 햇살이 너무 따가우면 구경하기가 힘들 것 같아서 회관 앞마당으로 나가지 않고 그대로 진열을 하기 시작했다.

일찍부터 오셔서 제법 멋진 물건들을 미리 챙기시고 알뜰구매로 천원의 기쁨을 맛보시는 분들도 계셨다. 점심 후 여러 명씩 짝지어 오셔서 자신이 내어놓은 물품에 대한 사연과 역사(?)를 이야기 나누며 서로 권하시는 모습, 서로에게 어울릴 만한 물건들을 찾아봐주고 권해주는 모습, 이것저것 갈아입어 보시고 거울을 찾는 분들의 모습이 흐뭇하기도 했다. 18가지의 물품을 만 팔천원에 사고 이 만 원을 주시면서 나머지는 기금으로 쓰라 하시는 분, 이천원으로 정한 물품을 천원으로 깍자고 하시는 분, 물품만큼 다양한 우리들의 구매 방식이 제법 알뜰시장 같은 느낌이 들어 그대로 다 즐거웠다.

나의 경우는 오래 전 즐겨 사용하다 싫증이 나서 몇 해나 묵혀 두었고, 선물을 받고도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아 언젠가는 용도가 있겠지 하며 자리만 차지하고 넣어 둔 가방 4개와 바지 하나를 내어 놓았는데 전부 다른 주인을 찾아간 걸 보니 그 분에게는 요긴하게 쓰일 수 있을 텐데 쓰임새 없이 보관만 하고 있던 지난 날이 부끄럽기만 했다. 비움으로 한결 가벼워지고, 나눔으로 더한 행복에 감사할 수 있음을 다시 배운 듯하다.

과소비로 인한 피해로 쓰레기를 대량으로 배출하게 되고 이것을 소각하면 이산화탄소 배출이 증가하여 지구 온난화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녹색시민이 해야 할 일 중 한 가지가 중고 상품에서 옷을 사고 최신 유행보다는 복고풍을 즐기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 한다. 이번 알뜰장터를 통해 소비의 질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기 바라며 알뜰장터 준비단계에서 도와주신 불대생들과 마지막 마무리까지 빈틈없이 챙겨주신 봉사자 이보경님께 고개 숙여 감사의 말을 전한다.

손효은 | 서울

에코붓다 소식지 2013년 7월,8월 호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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