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적 생활양식과 쓰레기제로운동(1) | 현희련

현희련 | 에코붓다 사무국장

오늘날 지구상의 인류 대다수는 ‘보다 안락하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이야말로 자신의 생존과 행복을 보장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보편적인 가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세기 자본주의나 사회주의 체제 모두 과학기술 개발과 경제성장을 통한 생산력 증대에 온 힘을 쏟도록 한 것도 바로 이러한 믿음 체계가 가진 강력한 영향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후 지난 50년 동안 세계의 총 생산량은 다섯 배 이상 증가하였지만 이 기간동안 절대빈곤 상태에 처해 있는 사람들의 수나 빈부격차로 인한 상대적 빈곤 정도는 더 크게 증가해 왔다. 현재 주로 북반구에 거주하는 세계 인구의 20%가 전 세계 자원의 80% 이상을 소비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10억 이상의 인구가 극빈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생산력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이러한 불평등문제는 지난 세기 근대화, 산업화를 이끌어 온 성장 이데올로기의 신화와 진보에 대한 환상에 본질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다.

생산력 증대를 중심으로 한 경제성장주의에 대해 가장 강력한 도전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환경문제’라 할 수 있다. 사실 환경문제는 인간이 지구상에서 자리 잡고 살면서 자연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비단 최근에 나타난 특수한 현상만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200여 년 동안 급속히 진행되어 온 산업화, 도시화 과정이 가져다 준 환경문제는 기존의 것과는 그 성격을 달리한다고 볼 수 있다.

현대 산업사회의 ‘대량 생산 → 대량 유통 → 대량 소비 → 대량 폐기’과정은 자연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자원을 소비하도록 하였으며, 동시에 자연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폐기물을 배출해 냄으로써 자연환경을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파괴시켜 왔다. 이는 약 10만~20만 년 전 현대인류의 조상(호모사피엔스)이 지구상에 자리 잡기 시작한 이래 지극히 짧은 순간에 발생한 사건으로, 인류가 지구상에 살아오면서 수많은 어려움들을 극복해 왔다는 경험들을 이유로 단순히 낙관할 수만은 없는, 전혀 새로운 문제 유형이라는 것이다.

오늘날 자주 거론되고 있는 환경문제로는 지구상의 생태계 전체를 교란시키고 있는 지구 온난화 현상과 오존층 파괴, 사막화 현상과 수자원 고갈 및 이로 인한 식량 생산 기반의 붕괴문제, 그리고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인구를 부양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자연자원과 에너지 매장량 등이 있으며, 가깝게는 우리 생활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대기오염, 수질오염, 토양오염, 폐기물 문제 등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환경문제들을 두고 흔히들 ‘전대 미문의 위기’, ‘인류 절멸의 위기’라고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지금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환경문제는 단순히 생활환경의 오염문제라는 차원을 넘어 지구 전체의 기상변동과 생태계 질서의 교란을 가져옴으로써 인류전체의 생존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당면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 가는데 그 원인을 포착하지 못하거나, 위기의 원인을 인식했더라도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고,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았다 하더라도 앞장서서 문제해결에 나설 주체들이 준비되어 있지 않거나, 문제 해결을 위한 모든 준비가 다 되었다고 하더라도 시기를 놓쳐 문제해결의 시간 자체가 부족한 경우들을 두고 ‘위기’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오늘날 환경문제는 이러한 위기의 요인들을 모두 갖고 있다는 것이다. (계속)

# 에코붓다 소식지 2014년 1-2월 호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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