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실천의 해결방안은 즐거운 불편을 감수하는 마음가짐! | 유형은
이번 환경 기획 강의를 통해 ‘환경 실천’이라는 새로운 습관이 처음엔 다소 어색하고, 불편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함께 약간의 의식적인 노력만 기울이면 나의 생활 습관도 충분히 바뀔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매일 아침 수행문에서 읽는 “네가 죽으면 나도 죽고, 네가 살면 나도 산다.” 라는 연기적 세계관에 기초하여 지금 내가 하는 작은 환경실천이 작게는 나의 가족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공동체와 우리와 연결된 모든 생명에게로까지 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영향력의 범위를 조금씩 확장해 간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바뀔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이번 기획 강의는 크게 세 가지 활동으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시간은 환경 실천에 관한 다큐 시청이었다. 정토회 청년회에서 환경 실천을 하고 있는 한 대학생의 하루를 담은 다큐 영상을 보았다. 화장기가 전혀 없는 여대생의 풋풋한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예전에 화장대를 넓게 차지하고 있던 색조 화장품들을 모두 정리하고, 간단한 기초 화장품만 남겨 두었다. 또 펌으로 상한 머리결을 관리한다는 목적으로 사용하던 트리트먼트와 헤어케어 제품들도 과감히 정리하고, 비누 하나로 샴푸와 린스를 대체했다. 겉모습을 가꾸는데 들였던 시간과 비용은 줄이고, 점심 도시락 싸기와 지렁이 돌보기 등의 환경실천을 위한 시간을 늘려감으로써 그녀의 마음 뜨락은 더 넓어지고 여유로워 보였다.
그녀가 친구와 식당에 가서 먹지 않는 반찬들을 따로 빈 접시에 담아서 돌려주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이제는 음식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한 생활습관을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록 내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우선 나와 가까운 사람들과 서로의 경험을 나누면서, 함께 환경실천을 해나간다면 큰 힘이 되리라 생각했다.
두 번째 시간은 김세훈님의 환경실천 강의 시간이었다. 강사분은 본인이 직접 실천한 사례들을 들려 주었다. 강사분만의 독특한 사례들을 재미있게 들려주어서 기억에 많이 남았다. 쓰레기통을 없애고, 일회용 휴지 대신 얇은 손수건을 여러개 준비해서 바구니에 넣어 두고 사용한다고 하였다. 이젠 손수건에 닿는 포근한 감촉을 즐기며, 자신의 몸을 사랑으로 보살핀다는 뿌듯함도 느낀다고 하였다. 그리고 전기밥솥을 없애고 뚝배기로 그때 그때 밥을 해먹는데 구수한 누룽지도 먹을 수 있고, 설겆이도 편하다고 하였다.
또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볼 때 주변에 있는 페트병을 하나 구해 와서 물을 담아 뒷물로 사용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척 놀랐다. 평소 생각지도 못했던 기발한 아이디어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 사례를 들려주는 강사님 자신도 무척 즐거워 보였다.
그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편리함에 익숙해진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기발한 아이디어 뒤에는 강사분의 다양한 실험정신과 연구와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강사분은 에코붓다 서울지부에서 환경 스터디를 조직하여 매주 정토회관에 모여서 실천 경험을 나누고 환경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환경실천을 위해서는 환경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끝으로 환경 실천은 그냥 가볍게 편안한 마음으로 일상 생활 속에서 실천하다보면 불편함도 당연하게 여겨지게 된다는 말씀에 용기를 얻었다. 더불어 환경 실천에 바탕이 되는 불교의 가르침인 동체대비사상을 근본으로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쓰는’ 운동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 방안으로 ‘빈그릇운동’, ‘쓰레기제로운동’, ‘아나바다 운동’에 나도 동참해야겠다는 마음을 내게 되었다. 강사분처럼 환경실천을 위해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하나씩 습관화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 시간에는 모둠별로 우리가 일상에서 환경실천을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 방안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 조에서는 육류 섭취를 최대한 줄이고, 비싸더라도 친환경 식품을 조금만 먹자는데 견해를 모았다. 먹거리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변해야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상생하는 소비생활을 할 수 있다는 데 공감하였다. 그 밖에도 다양한 친환경 제품에 대한 좋은 정보를 나눌 수 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
현대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무조건 속도만을 추구하다 보니 사람의 손을 대체하는 기계들이 우리 생활에 너무 당연하게 자리잡고 있구나 느끼게 되었다. 조금만 의식을 바꾸면 할 수 있는 일들인데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의 편리를 우선시 하는 내 모습을 돌아볼 수 있었다. 쓰레기통 없이 살 수 있다는 이야기가 지금의 나에겐 별나라 이야기처럼 들리긴 하지만 연기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진정 나를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더불어 환경 실천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 지난친 탐욕과 욕구를 내려놓고, 즐거운 불편을 감수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동안은 무지로 인해 별 생각 없이 사용하던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빈그릇운동에 참여하는 등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하나씩 실천해 나가다 보면 나와 함께 하는 세상이 좀 더 깨끗하고 맑고 향기로워지리라 믿는다.
# 에코붓다 소식지 2014년 3-4월 호에 실린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