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깨끗한 땅 가꾸기 프로젝트 | 정윤희

분당 이명순 총무님이 환경담당을 제안하셨다.
나는 흔쾌히 소임을 받았다. 해보고 싶은 일이었다. 잘 할 수 있어서가 아니고, 환경이 전 지구적 문제라는 것에 동의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다른 사람 탓하기 전에 나부터 환경실천이 잘 안되고 있었다. 불교대를 담당하고 있어서 학생들과 가볍게 함께 할 수 있는 활동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던 참이기도 했다.

내가 처음 정토회에 발을 디뎠을 때는 한참 빈그릇운동이 꽃피울 즈음이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 정토회에 환경실천은 많이 부족해 보였다. 어떤 때는 정토회가 이렇게 환경에 반하는 쪽으로 가도 되는가 하는 문제의식이 느껴지기도 했다. 강연 현수막, 전단지, 일회용품들, 김밥을 돌돌 만 호일, 법당에서 사용하는 비닐, 종이컵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 그런 모습들을 보면 참 불편하고 안타까웠다.

환경담당을 맡고 얼마 되지 않아 ‘제1기 환경강사 양성 워크숍’이 있었다. 참 반갑고, 설랬다. 오래된 동영상으로 빈그릇운동 이야기를 다시 보았지만, 내 마음은 2004, 5년 빈그릇운동의 뜨거움이 선명하게 되살아나고 있었다.

강사로 나오신 김월금, 김경희, 윤순애님이 빈그릇, 지렁이 이야기를 해주셨을 때 감동스러웠다. 얼마나 열심히 활동했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떤 상황인지 솔직담백하게 강의를 하셨다. 또, 워크숍에서 주신 강의 자료를 보며 빈그릇운동의 역사를 한 눈에 살필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해운대 김경희님의 강의를 보면서 빈그릇운동의 맥이 이렇게 세련되게 이어지고 있구나 싶어 안도감이 느껴졌다. 그러면서 이 워크숍을 계기로 나도 법당에서 빈그릇과 환경실천을 해봐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중앙사무국에서 주신 프로그램과 자료들이 내 수준에서는 충분했다. 선배 활동가들의 노고가 어떠했을지 조금은 헤아려졌다.

그런데도 나는 더 잘해보고 싶은 욕심이 치솟았다. 동영상자료를 찾아보고, 책들을 책상에 쌓아두었다. 그러면서 살짝 부담이 느껴졌다. 부담이 느껴지니 물러서는 마음이 스물 스물 올라온다.

그때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원하는 게 뭔가? 다시 짚어보았다. 나는 거창한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냥 작게나마 개인의 삶에 환경의 중요성을 알고, 작은 것부터 실천해가자는 거였다.
그렇게 돌아보니 부담스러웠던 마음은 내려놓아지고 차근차근 자료를 엮어 준비했다. 내 마음의 욕심들을 비워내며 빈그릇이 되는 것처럼.

가볍게 하니 준비도 진행도 즐거웠다. 거창할 게 없었다. 선배들이 했던 만큼만, 아니 선배들 흉내만 내봐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새롭게 밥상을 차렸다.

어떻게 하면 좀더 많은 사람들이 이 교육에 함께 하게 할까, 어떻게 하면 일회성교육이 아닌 지속가능한 활동이 되게 할까, 어떻게 하면 재미있을까, 고민이 되었다.

법당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시간을 생각해봤다. 공지시간이었다. 15-20분으로 잡았다. 법당과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청정법당 만들기 12가지 실천사항을 한꺼번에 교육할 게 아니라, 두 주 동안 한 가지씩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게 해보자고 목표를 정했다.

나는 불대생을 대상으로 우선 실험적으로 해봤다. 불교대 수업 전날, 알림문자에 미니환경프로그램이 있다고 알렸다. 주제와 관련있는 동영상을 찾고,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을 ppt를 만들었다.

정토회 환경부분의 깨끗한 땅 가꾸기에서 힌트를 얻어 ‘깨끗한 땅 가꾸기 프로젝트’라고 이름을 붙이고, 빈그릇 실천하기부터 시작했다. 프로젝트 2-개인컵, 손수건 사용하기를 끝내고, 지금은 세 번째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불교대에서 해보다가 수행법회에서도 진행해봤다.

빈그릇 교육이 있던 날, 공양 후 접시닦아먹기가 100%로 지켜졌다. 심지어 반찬을 담았던 그릇까지 닦아먹는 도반도 있었다. 새로 법당에 오시는 분들은 환경교육의 새로움에 좋아했고, 기존 분들은 예전 환경지킴이로 활동하셨던 그 뜨거움을 기억하며 반성의 계기로 삼았다고 마음을 나눠주셨다. 총무님과 활동팀, 희망팀 분들이 환경에 관해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어서 많은 힘이 되고 있다.

중앙과 수도국 활동팀에서 밴드를 운영하고 있어서 각 지역 법당 담당자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실천할 수 있어 좋다. 모르면 밤이고 낮이고 어려운 줄 모르고 전화해 영상자료 달라고 귀찮게 하지만, 흔쾌히 마음내주시는 환경팀 분들도 큰 힘을 주신다.

때마침, 분당 희망팀에서는 ‘환경+행복강좌‘로 기획법회가 시작되고 있어서 법당자료보다 더 축소해서 기획법회에도 쓰고 있다. 기획법회에 참석한 분들의 환경영상 평가도 괜찮았다. 그 분들 중에는 환경에 관심이 있다며 진지하게 환경실천을 질문하는 분도 있었다. 뿌듯했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글을 쓰기도 쑥스럽다. 지금처럼 즐겁고 편안하게 환경을 이야기하고 나누며 실천해보려 한다.

나는 두 아이의 엄마다. 큰아이는 아토피를 심하게 앓았고, 자연요법과 힘겨운 노력으로 아토피를 치유할 수 있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먹거리와 환경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다. 그래서 더욱 생명을 살리는 일에 작은 힘을 보태고자 한다. 우리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땅을 엄마 마음으로 지켜주고 싶다.

# 에코붓다 소식지 2014년 1-2월 호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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