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슬로푸드대회 행사 참여 소감문 | 조은진, 김운숙

지속 가능한 삶
남양주 슬로푸드대회 행사 참여 소감문
편집부

남양주 슬로푸드 국제대회는 이탈리아 토리노 샬로네 델 구스토, 프라스 뚜르 유로 구스토와 더불어 아시아,오세아니아에서 최초로 열리는 세계 3대 슬로푸드 국제대회입니다.

1980년대 후반, 미국의 맥도날드라는 패스트푸드가 로마에 진출하려 하자, 그들의 전통음식을 밀어내고 맛의 획일화를 강조하는 자본에 저항하기 시작한 게 슬로푸드의 시초라고 합니다. ‘2013 아시오구스토’는 좋은 먹거리와 세계의 다양한 음식을 즐기는 ‘신나는 축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나눔의 축제’, 음식과 문화가 융합된 오래된 미래 가치를 제시하는 ‘맛의 향연’으로 진행되었습니다.

10월 1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국내관, 국제관, 주제관 3개동에서 이루어지는 전시 박람회 및 맛 워크숍 ‘가족밥상의 날’, 학술행사로는 11개 주제를 가진 국제컨퍼런스가 열렸습니다. 10월 4일날 진행되었던 국제컨퍼런스에는 전 에코붓다 유정길이사가 패널로 참석하였습니다.

에코붓다는 유정길님의 안내로 국내관 홍보부스 운영과 함께 둘째 날(10월 2일) ‘걷기 명상과 빈그릇 체험’행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홍보부스에서는 ‘쓰레기제로운동’을 주제로 환경상품을 판매하였습니다. 장바구니 속 쇼핑비닐 대신 사용할 투명망과 방수망, 자연과 나의 건강을 살리기 위한 면생리대, 화장실에서 휴지 대신 사용할 뒷물수건, 종이컵 사용을 줄이기 위한 개인컵 등을 사용해 보기를 홍보하고 환경상품을 판매했습니다. 음식체험을 하는 주위 부스와 달리 환경상품을 판매하는 부스가 에코붓다뿐이어서 6일 내내 방문자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둘째 날 11시부터는 ‘걷기명상과 빈그릇 체험’행사를 진행했습니다.
6일 동안 슬로푸드 홍보부스를 준비하고 진행하며 느낀 점은 바쁜 생활에 지쳐, 다른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환경에 대해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던 일반인들에게 환경실천(환경상품)에 대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온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외부에 에코붓다의 ‘쓰레기제로 운동’에 대해 널리 알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 아시오구스토란?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의 합성 아시오, 이탈리아의 맛을 의미하는 구스토

조은진 / 서울
청명한 가을날 에코붓다에서 남양주 슬로우푸드 국제대회에 초청받아 참가한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반가웠다. 얼마 전 광고에서 보던 행사라 관심이 있던 터였다. 더구나 그 곳에서 빈그릇 체험과 걷기명상을 같이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걷기명상이 시작되는 시간에 맞추어서 장소로 가보니 삼삼오오 사람들이 조금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일반인들도 있었지만 국제대회 관계자 분으로 보이는 외국인 두 분의 참여가 인상적이었다. 유정길 전 에코붓다 이사님의 진행으로 명상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차분한 설명이 이어지고 우리는 그 말씀에 빠져 들었다. 본격적으로 걷기 명상이 시작되고 우리는 자신의 움직임을 알아차리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도로를 벗어나 산 언덕 길을 접어들면서부터 흙 밟는 소리, 벌레소리, 새 울음소리가 들린다. 발걸음을 옮길 때 거기에만 집중하라했는데, 머리속에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일어났다. 한편으로 그 생각들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보며 한 걸음 한 걸음 옮겼다. 사람들 모두 한 걸음 옮기는데 자신의 온 마음을 집중하는 듯했다.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가벼워진다. 그렇게 천천히 한 바퀴를 돌고 나오니 어느덧 점심시간이다.

밥 차에는 따뜻하고 맛있는 밥이 준비되어 있었고,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에코 붓다에서 빈그릇운동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다. 빈그릇운동이 처음 시작해서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데에는 정토회 봉사자분들의 진심과 노고 덕분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된 시간이었다.
우리는 각자 배식을 하고 자리로 돌아와서 맛있게 식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발우 공양 방법인 그릇에 남은 음식물 찌꺼기 하나 남기지 않고 무 조각을 이용해 물에 씻어먹으면서 식사를 마쳤다. 처음으로 빈그릇체험을 해보시는 분들이 많았는데도 모든 분들이 개의치 않고 잘하는 모습에 감동받았다. 일상에 돌아가서도 이렇게 다 같이 실천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마음이 들었다.

드디어 점심을 마치고 소감나누기를 하는데 인상 깊은 말씀을 하신 외국인 분이 생각난다. 아프리카에서 오신 분이었는데 우리도 알다시피 아프리카는 물이 부족하다. 그래서 그곳에서는 언제나 물과 세제를 줄여서 최대한 쓰지 않는 방법을 연구한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의 발우공양에서 착안한 빈그릇운동 방식이야말로 아주 좋은 방법이라며 고국으로 돌아가면 이 방법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했다. ‘이제 드디어 빈그릇운동 방식이 국제화로 거듭날 수 있겠구나’ 라며 다 같이 웃었다.

빈그릇운동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삶을 유지시켜주는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우리들은 홀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 시간이기도 하다. 처음으로 해보는 걷기명상, 그리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에코붓다의 빈그릇운동이 함께한 이 가을축제가 참 행복했다.

김운숙 / 경기
일요일 오후 쇼파에 널브러져 쉬고 싶다는 마음이 봉사하러 가는 나의 발걸음을 조금은 무겁게 했다. 행사장에 도착하자 주변은 사람들과 차들로 분주했고 행사장 입구에서 에코붓다 봉사자분들의 안내를 받으며 행사장 안으로 향했다.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로 에코붓다 부스가 정겹게 눈에 들어왔고 조금은 부담스러웠던 마음이 편안해졌다.

낯익은 봉사자분들과 처음 뵙는 분들도 계셨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오늘 해야 할 일인 면생리대 판매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은 후 바로 판매에 나섰다. 처음엔 선뜻 “생리대에요” 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판매상품이 여성전용 상품이라 머뭇거려지기도 하였다. 지나가시는 분들이 관심을 보였고 궁금한 것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아는 대로 설명해 주었다. 내가 직접 생리대를 써보지 못하고 판매를 하게 되어 아쉬움은 있었지만 법당에서 생리대를 구입해 딸에게 사용하도록 했었다. 딸은 사용 후 “엄마 피부 트러블이 없어서 너무 좋아 이것만 쓰게 돼”라고 했다. 그 말을 떠올리며 질문하는 이들에게 설명을 하였다.

판매전에 들었던 상품에 대한 안내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내 설명을 듣고 면생리대가 팔리자 기분이 좋았고 더 적극적으로 판매를 하게 되었다. 제품이 줄어드는 것이 보이자 재미있었고 다 팔아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설명을 듣고 구매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는 많이 사시는 것이 부담된다면 한두 개 사서 사용해 보시고 에코붓다 홈페이지를 통해 같은 가격으로 사실 수 있다고 덧붙여 연속적인 구매로 연결 되도록 노력하였다. 그렇게 홈페이지가 담긴 책자가 사람들에게 전해지게 되면 정토회도 더 알릴 수 있게 되겠구나 하는 마음도 들었다.

판매를 지켜보던 봉사자분들이 ‘참~ 잘한다 무슨 일 하세요?’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무슨 일을 해서가 아니라 불법이 면생리대를 팔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얼마 만에 느끼는 기쁨인지, 불교대학 공부를 하면서 자주 느낀다. 그래서 “봉사 좀 하세요” 하는 봉사자분의 말씀에 일단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예~”라고 대답하게 된다. 짧은 봉사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은 가볍고도 경쾌하였다.

# 에코붓다 소식지 2013년 11-12월 호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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