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그릇” 거리에서 외치다 | 최한아
에코캠퍼스
에코붓다『EcoBuddha』(2013. 9/16) 에코캠퍼스를 향한 대학생들의 실험 2
“빈그릇” 거리에서 외치다
최한아 | 경상대학교 에코캠퍼스 동아리 부회장 (해양환경공학과 2학년)
지난 3월부터 우린 매주 토요일 통영시 강구안에서 빈그릇 캠페인을 열고 있다. 교외 ‘빈그릇운동‘은 ‘학교 안에서만 하는 활동에서 끝내지 말고 학교 밖으로 나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빈그릇운동을 알리고 실천하게 하자’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사람들이 호응을 해줄지 많은 것이 걱정되었다. 관광객이 많은 강구안에 나간 첫날. 어떤 말을 꺼내야할지, 나만 바라보고 있는 동아리원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줘야 할지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서명을 받으러 다가가면 무시하시는 분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흔쾌히 해주신 분들 덕분에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다. 그런데 1+1으로 함께 했던 제3어린이 돕기 캠페인은 너무 힘들었다. 사람들 표정을 보니 억지로 주는듯한 모습이 보였다. ‘내가 이걸 정말 해야 하나?’ 싶은 마음도 들고, 좋은 일 하는 건데 사람들한테 죄 짓는 것 같기도 한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매주 토요일 널찍한 광장에 천막과 책상으로 부스를 설치하고 엠프와 마이크, 인형탈로 사람들의 귀와 시선을 붙들었다. 의외로 효과는 좋았다. 인형탈을 입고 한 십분만 지나면 온몸에 땀이 줄줄 흘러서 힘들었지만 ~.~ 인형탈 쓰는 게 더 재미있다고 하는 동아리원들도 있었다.
아마도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이들이 다가와 까르르 웃는 모습이 내게도 너무너무 이쁘게 보였다. 그래서 언제나 우리들의 단골 손님은 어린이와 그 가족들이었다. 매주 토요일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캠페인을 하니 우리가 다가가지 않아도 먼저 관심을 갖고 다가와 주시는 분들이 차츰 많아졌다. 시작할 때에 비하면 큰 발전이었다.
좋은 일 한다며 칭찬해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먹을 것을 가져다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동아리원들이 더욱 즐겁게 서명받고 모금을 했던 것 같다. 조를 나누어 서명판을 들고 부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서명을 받고 모금하는 친구들이 무척 힘들어 하기도 했지만, 연세 드신 할아버지들께서 스스럼없이 다가와 서명해주실 땐 작은 감동이 밀려오곤 했다.
요즘 TV에 인간의 조건이라는 프로그램이 인기인데 우리 동아리와 취지가 비슷한 방송이었다. 우리가 막 강구안에서 빈그릇 캠페인을 시작하였을 때 인간의 조건에선 음식 남기지 않기 미션으로 방송하고 있었다. 우리만 음식남기지 말자는 빈그릇 캠페인을 할 땐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인가 싶은 심정이었는데 취지가 비슷한 방송이 나오니 왠지 거대한 후원자가 생긴 것 같았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방송 전, 후의 사람들의 관심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 빈그릇운동에 많이 동참해서 이젠 우리가 빈그릇운동을 알리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모두의 인식이 바뀌는 날까지 우리의 빈그릇운동은 계속될 것이다~~~!!
# 에코붓다 소식지 2013년 11-12월 호에 실린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