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힘, 소박하고 꾸준한 환경실천 | 홍사숙

특집-에코보살 심층인터뷰
세상을 바꾸는 힘, 소박하고 꾸준한 환경 실천
홍사숙 | 대전

김성균(이하“김”) : 안녕하세요? 대전에서 거주한지 몇 년이나 되었는지?
홍사숙(이하“홍”) : 대전에서 거주한 건 30년이 넘었다.

김 : 대전을 기반으로 평생 사셨다. 정토회 회원이 된 계기가 무엇이며 몇 년 정도 활동을 하고 계신지.
홍 : 2005년도 인가? 그 전부터 (월간)정토지를 정기구독을 했었다. 정토지를 인연으로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을 이수했고 같이 수련한 분의 권유로 정토회에 나오게 됐다. 그 때 (빈그릇 운동)100만인 서명이 시작되고 있었다. 담당 봉사자가 “학교에서 서명 받기 어렵다”고 했다.

김 : 빈그릇 운동 서명이 어렵다는 말씀?
홍 : 빈그릇 서명을 받으려면 학교에 전화해서 교장 선생님들 섭외해야하고, 담당자하고 통화를 해야 한다. 학교에 방문을 하려면 날짜를 정해서 만나야 하기에 들어가기가 어렵다. 그 때 나는 현직에 있을 때라 언제든지 학교출입이 가능했다. 그래서 “ 내가 해 보겠다.” 하고 70~80개 학교를 다니면서 서명용지를 학교에 전달했다.

김 : 대전에서 하셨나요?
홍 : 나는 예고 없이 학교를 방문해서 교장이나 교감선생님, 교무선생님을 만나서 빈그릇 서명자료를 전달하고 나중에 정토회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회수는 담당 봉사자들이 담당했다.

김 : 정토회 회원이라도 직접 가서 전달하고 사인 받고 번거로운 일인데…
홍 : 말씀드렸지만 원래 환경에 관심이 있었다. 정토회 다니면서 계속 수행을 했더니 법륜스님께서 추구하는 종교의 사회참여가 가슴에 와 닿았다. 불교대학, 경전반 이수하고, 인도성지순례, 동북아역사기행도 다녀오고 정토회의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였다. 내마음이 편해지는데 도움이 되었다. 요즘 새로운 봉사자들이 열심히 하는것을 보면 내 마음이 불편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생각하니 편해졌다. 이후 산에 갈 때마다 쓰레기를 주워온다. 예전에는 쓰레기가 상당히 많았었는데 요즘은 많이 없다.

김 : 봉사하기가 쉽지 않은데 법륜스님의 말씀 중 마음에 와 닿았던 멘트가 있다면
홍 : 정토회에서 주는 책자를 보면, ‘인류가 인간성 상실, 공동체 붕괴, 자연환경 파괴라는 위기에 처해있다’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현재 매스컴에서 전해지는 메시지 같다. 어느 매스컴에서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나오더라. 깨진 유리창 하나의 파급효과가 전 사회를 파멸로 이끌 수 있다는 내용이다. 우리 사회가 바로 서려면 타인도 배려하고 조금 더 깨끗하게 정리하고 치우고 가꿔야 한다.

김 : 말씀하신 것처럼 마음을 정화해야 할 것 같고 환경이 일상생활과 이어져 있는 것 같다. 또 다른 환경에 대한 생각이 있다면
홍 : 인간성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예전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요즘 보면 환경이 제일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늑대소년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주변에 환경을 잘 다듬고 가꾸다 보면 인간성 회복은 자연히 따라 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 써 있는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는 구절이 마음에 와 닿는다. 그 이후 나도 어디를 가든 휴지를 줍고 다닌다.

김 : 환경을 지키려고 하는 노력이 몸에 배인 것 같다.
홍 : 여기저기 휴지와 꽁초를 주우면서 바닥에 붙어 있는 껌도 다 뗀다. 누가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지저분한 곳 있으면 구청에 전화해 치우라고 민원도 넣고 치워질 때까지 전화를 한다. 내가 종량제봉투 사다가 직접 불법으로 붙인 포스터와 남아 있는 테이프자국을 떼어내기도 한다. 지역의 환경에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김 : 이제 본격적으로 환경 이야기로 넘어 가보도록 하겠다. 인터뷰 사전 자료를 보니 ‘에너지 절약 철저. 식당에서 남은 음식 싸오기. 그 중에 재미있는 게 풀 이쑤시개 만들어 보급’을 잘 하신다고 했다. 한 가지씩 부연설명을 바란다. 또 하나는 개인의 빈그릇운동 보다 직장내 구내식당의 비닐이 정말 심각하다고 들었다. 학교도 그럴 것 같다. 혹시 교직생활 할 때 바뀐 시스템이 있다면?
홍 : 교직에 있을 때는 관심만 있었다. 그때는 시골에 개를 키우는 동료가 음식물쓰레기를 집으로 가져갔다. 내가 퇴직 후에는 교장선생님께서 교육청에 요청해서 급식문화 선도학교로 선정이 돼서 운영비를 지원받았다 한다. 그리고 내가 환경강사로 몇 차례 강의를 나간 적이 있었다. 학교 급식실에 멀티미디어를 설치해서 밥 먹을 때 빈그릇하는 영상을 상영하게 했다. 잔반처리비용이 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다른 학교에도 확산을 하고 싶은데 교장선생님의 마인드가 되어있지 않으면 쉽지 않다. 지난번에 이웃학교에서 교직원연수를 하는데 나를 강사로 초청했다. 선생님들 30명 정도가 모였는데 환경에 관한 강의를 했는데 얼마나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

김 : 어떤 자료로 상영했나?
홍 : 자료를 준비해 갔는데 시간이 안돼서 담당선생님한테 주고 왔다. 에코붓다 홈페이지에 다양한 자료가 있다. 그런데 어떤 영상은 한 시간 이상이 되는 것이 있는데 학교에서 이용하려면 10분, 5분 단위로 줄여야 사용이 편리하다. 식당에 7명이 가서 5인분만 시키는 영상도 있다. 중학교 동창 모임에서 총무가 항상 넉넉하게 시켜 한 냄비가 남는다. 난 그걸 집으로 싸가지고 온다. 예전에는 식당에서 싸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포장이 준비되어 있더라. 산에 가서도 먹고 남은 반찬은 뚜껑 있는 용기에 싸가지고 온다. 예전에는 식구들이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호응을 해준다. 고맙다. 단골식당이 있는데 그곳에서는 알아서 포장해준다.
누룽지백숙을 하는 식당이 있는데 먼저 닭을 가져다주고 다음에 누룽지 죽을 주는데 항상 음식이 남는다. 그래서 내 몫은 포장해 집에 가서 먹고 모둠의 음식을 먹는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실천하고 있다.

김 : 에너지 절약을 철저히 한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절약하나?
홍 : 관심은 가지고 있는데 잘 실천하지는 못한다. 전기, 수도, 가스 사용을 그래프로 그려 사용량을 보면서 절약하고 있다. 수돗물을 줄여야 하는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곳이 변기다. 한 번 누를 때마다 10L가 소비된다. 그래서 소변 눌 때마다 매일 누르면 100L가 소비되는 셈이다. 예전에 요강을 사용한 걸 응용한다. 식구들이 동참을 해준다.

김 : 지금 요강을 쓰는지?
홍 : 요강을 쓰는 것이 아니라 조금 냄새가 나더라도 몇 번 이용 후 한꺼번에 내리고 있다. 하루에 1톤 이상의 물이 절약이 된다. 세수한 물은 바닥 닦을 때 다시 쓰고, 화분도 사용하지 않은 물은 주지 않는다. 도시가스는 요금체계를 알아보고 누진세가 적용되지 않는 단위까지만 사용한다. 사무실에 나갈 때마다 형광등이 환하게 켜져 있으면 잔소리를 한다. 빛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택에 살다가 아파트로 처음 이사 왔을 때 방방마다 등이 너무 많았다. 처음에는 돌아다니면서 등을 껐는데 이제는 필요한 것만 놔두고 형광등을 빼버렸다. 그렇게 하나씩만 켜도 생활하는데 문제는 없다.

학교도 심각하다. 아침 등교하면 학생들이 전등스위치를 모두 켠다. 원래 창에서 먼 부분만 켜야 하는데 다 켜 버린다. 먼저 선생님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조도계를 준비했다. 보통 실내에서의 조도기준이 300~600룩스다. 그런데 어느 교실에 갔는데 1506룩스가 나와 있더라. 에너지에 대한 의식의 문제다. 콘센트 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등도 하나씩만 켜서 생활했으면 한다.

김 : 마지막으로 풀 이쑤시개를 왜 만들어서 보급하게 되었는지
홍 : 내가 이쑤시개를 자주 사용하는데, 음식쓰레기에 잘못 들어가 돼지가 먹으면 죽는다고 들었다. 녹말 이쑤시개는 미끌미끌해 사용하기 힘들다. 어느 날 시골에 갔더니 어느 분이 강아지풀을 잘라서 그걸 이쑤시개로 쓰시더라. 전문적으로 만드는 것은 아닌데 몇 개 뜯어서 쓰시는 걸 보고 ‘아! 이거다’ 싶었다. 그때부터 만들어서 주위사람들에게 보급하기 시작했다.

김 : 지금 가지고 있나?
홍 : 여기 있다. 이렇게 만들어 쓴지 10여 년 가까이 되는데 주변 친구들은 다 안다. 이제는 내가 만들어주지 않아도 만들어서 사용들 한다. 풀 이쑤시개의 좋은 점은 단단하지 않아서 잇몸이 상하지 않아서 좋다. 강아지풀이 나오는 시기에 30분만 노력하면 일 년 치를 만들 수 있다. 대부분 이쑤시개 쓰지 않나? 이쑤시개 만드는 나무도 다 수입해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어디를 가든 이걸 항상 지니고 다닌다.

김 : 에코보살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점은 개개인의 특징에 따라서 환경 실천하는 부분이 다양했다. 선생님이 보기에 에코붓다 환경 실천에서 말하는 청빈의 삶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소비가 미덕인 사회에서 사람들에게 이 메시지를 어떻게 전할 수 있는가에 대해 말해달라.
홍 : 우리나라 생태발자국 지수가 4.3이다. 국토 면적을 인구로 나누면 우리가 쓸 수 있는 토지면적은 0.5헥타르인데 현재 소비 수준을 감안하면 생태발자국이 4.3 까지 나온다고 한다. 3.8헥타르가 부족한데 그 모자라는 부분은 아프리카나 저개발국가의 국민들의 땅을 우리가 쓰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생태 발자국을 좀 낮추어야 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 느림의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김 : 어떻게 하면 낮출 수 있을지?
홍 : 우리가 소비를 줄여야한다. 풀 이쑤시개도 생태발자국에 다 포함이 되어있다. 그리고 옷 같은 것도 철마다 구매하고. 참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어느 목사님이 본인은 단벌신사라 하더라. 아침마다 옷에 대한 갈등이 없고 우리는 외출하면 뭐 입을까 고민 많이 한다. 남의 시선에 신경 쓰고. 또, 이사갈 때 마다 많이 버린다. 주택마다 붙박이가구를 부착하면 이런 소비는 덜할 것 같다. 오래된 것이 좋은 것이고 망가질 때까지 써야 한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바늘가지고 다니면서 꿰메 입었다는 이야기 듣고 정말 감동받았다.
에코붓다의 환경실천중 비닐 안쓰기가 있다. 그런데 안쓰기가 쉽지 않다면 적게 쓰는 방법을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 한 번 쓸 것 두 번 쓰면 사용량이 1/2로 줄어들 것이고 세 번 쓰면 1/3로 줄어들 것이다. 나는 집에 들어온 비닐은 잘 모아서 시장에서 물건 파시는 할머니께 가져다 드리기도 한다.

김 :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홍 : 누가 당부한다고 되는게 아니라 자기 마음에 와 닿아야 한다. 예전에 내가 가르쳤던 아이들은 환경전문가가 되었을 것이다. 내가 교장일 때 아이들에게 우유를 먹고 깨끗이 씻어 우유팩을 말리는 일을 시켰었다. 한번은 우유를 안 먹고 버려서 썩은 것이 있었는데, 냄새가 심할 텐데 기어코 깨끗이 씻어 버리고 오더라.
그때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는데 지금은 시집, 장가갈 나이가 되었을 거다. 그 아이들은 어디 가서도 우유팩 함부로 버리지는 않고 이런 이야기 자녀 키우면서 가르칠 것이다. 이렇게 한 명씩 환경마인드를 가진 사람을 만드는 것이 에코붓다가 해야 할 일이다.

김 : 오늘 말씀 감사하다.

# 에코붓다 소식지 2013년 9-10월 호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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