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쓰레기 제로에 도전해 보기 | 손효은
쓰레기제로 현장 소식-2
음식물쓰레기 제로에 도전해 보기
손효은 | 서울
지난해 12월 한살림 서울 남부지부로부터 오래된 조합원모임에 초청을 받았다. 한살림의 밥상살림, 농업살림, 지역살림, 생명살림의 꾸준한 활동들을 듣고 요리강사님께 요리도 배우며 푸짐한 식사 대접을 받았다.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한살림 조합원이 된지 어언 20년,
그동안 여러 공동체의 생산지를 찾아다니며, 친환경농법을 고수하는 생산자님들을 만나 뵙고, 감사의 마음과 먹거리의 소중함을 더 깊이 느끼며 살아올 수 있었다.
『생명의 근본은 함께 사는 것입니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모든 자연환경, 햇빛과 그늘, 바람과 도랑을 흐르는 작은 물까지도 귀하게 여겨 사랑을 나누고자 합니다.』
한살림이 지향하는 생명운동의 한 부분인 환경운동에 눈뜨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남부지부의 환경 분과원으로, 에코붓다의 봉사자로서 활동하고 있는 나를 돌이켜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모임이 끝날 무렵, 한 켠에 놓여있는 가득찬 음식물쓰레기 봉지가 정토회관의 음식물쓰레기 양과 너무도 비교되게 내 눈에 들어왔다.
소모임과 요리강의가 많은 모임방의 특성상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를 이대로 두어서는 안되겠다는 의무감(?)으로 지부활동가에게 한살림 남부지부 조합원을 대상으로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강의를 해보겠다고 자청하였더니 너무나 반가워하면서 날짜를 맞추어보자고 했다.
지렁이가 활동이 활발한 4월로 정하여, 각 매장에 『음식물쓰레기 제로에 도전해 보기』란 제목으로 안내 공지를 2-3주간 하기로 했다.
강의 당일 날, 인사를 나누고, 먼저 한살림 조합원들은 어떤 형태의 환경운동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모두들 20년 전의 나의 모습처럼 안전한 먹거리를 이용하기 위해 조합원이 되었을 뿐, 여태까지는 환경운동에 별 관심이 없는 듯 했다. 조합원들은 한살림 물품을 구매하는 것만으로도 2-3가지의 환경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씀드렸더니 조금은 의아해 하면서 열심히 강의에 집중해 주셨다.
첫째, 한살림 물품들은 생산자분들께서 제초제, 화학비료, 농약 등을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농사를 짓고 계신 덕분에 땅을 살리는 환경운동을 하고 있고,
둘째, 국내의 가까운 이동거리로 인해 화석연료를 이용한 에너지 사용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고,
셋째, 매장에 갈 때는 언제나 개인용 장바구니를 자연스럽게 가지고 다닐 수 있으니 나무를 살리고, 숲을 살리는 환경운동이 될 수 있다.
네번째, 확실한 생활실천이 따라야 하는 빈병 재사용으로 생기는 잉여에너지를 지구를 살리는 뜻 깊은 실천으로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는 강의를 들으시고 자신들도 환경에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신 듯 잠시 활기찬 이야기를 나누셨다.
이어서 에코붓다에서 가져간, 환경실천을 열심히 하고 계시는 한 가정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드렸다. 자신들은 생각지도 못한 가정에서의 실천을 보고 놀라워들 하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음식물쓰레기제로 6단계에 들어가기 전, 먹을 것이 없어 탈북을 결심한 새터민들이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를 보고 가슴 아파하면서 눈물을 흘렸다는 말을 했을 때는 잠시 숙연해지는 분위기였다.
우리 모두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면 경제적 손실을 줄여 못먹는 이들을 도울 수 있지 않을까하는 각성의 계기가 된 듯 했다.
6단계 내용인 ①냉장고 정리, ②장보기, ③조리하기, ④남기지 않고 다 먹는 빈그릇 하기, ⑤지렁이를 이용한 퇴비화, 흙을 이용한 퇴비화, ⑥텃밭 가꾸기 까지 PPT로 설명을 드린 후, 가지고 간 지렁이를 보여드리고, 흙을 이용한 퇴비화 과정을 시연해 보여 드렸다.
앞자리까지 나와서 꼼꼼히 적고, 언제 분양받을 수 있는지 관심을 보이셨다.
집에서 만들어간 수박 껍질 쨈은 대단한 인기였다.
서초매장에서 즉석에서 구입한 식빵에 발라 시식들을 하시고는 모두들 올 여름 수박껍질로 잼을 만들어 드시겠다고 하니 여름이 지난 후 물어보아야겠다. 그 많던 수박 껍질들은 누가 다 먹었을까?….
지렁이는 지금 서초매장식구들과 함께 살고 있으며, 나는 가끔 떼어놓은 지렁이의 안부가 궁금해 서초매장에 들린다.
# 에코붓다 소식지 2014년 5-6월 호에 실린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