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e가 아닌 less | 김다인

지부 환경활동 소식
more가 아닌 less
김다인 | 서울

아 드디어 쓰기 시작한다. 분명히 화요일에 특강을 듣고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자부하며 앞으로 ‘즐거운 불편에 관한 실천’을 다짐하였는데 지금의 나는 소감문에 굉장히 부담을 느끼다 결국엔 ‘나는 왜 이리 글 쓰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인가?’ 질문에까지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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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써야 될 것 같은 강박이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아.. 난 잘 쓸 수 없다. 그리고 잘 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한결 가볍고 이제 좀 편안한 기분이 든다.

강사님께서 앞으로 지구의 온도가 1도씩 올라간다면 어떤 변화가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1도가 정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자료로 확인할 때 마다 알고 싶지 않은 정보가 들어오니 ‘아 이런거 싫어. 불편해. 무서워. 이런 얘기 알고 싶지 않아.’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내 변하기 시작하였다. ‘아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단지 추위를 많이 탄다는 이유로 겨울이 따뜻하면 오히려 좋아라했던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 기꺼이 불편 속으로 들어가는 삶을 사는 사람들’에 대한 경외심도 들었다. ‘나는 과연 그들처럼 할 수 있을까?’

more가 아닌 less

환경운동이 다른 것이 아닌 적게 소비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기뻤다.
more가 아닌 less를 지향하는 삶, 덜 가지려 하는 삶의 태도.. 그게 나에게도 그리고 지구를 위해서도 이롭다는 것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
그것을 가져야만 해결되었던 욕망을 주체하지 못했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끝없이 소비를 부추기고 유혹하는 시대에서 휩쓸리지 않고 가급적이면 소비를 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싸다고 덜컥 사면서 득템 했다며 필요도 없는 것들을 재놓고 살아가지는 않아야겠다.

그리고 즐거운 불편

사실 불교대학에 들어오기 전의 나는 물티슈를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걸레를 빨지 않아도 힘들이지 않게 청소하고 닦아낼 수 있는 간편한 물티슈가 너무 편해서 애용하였다.
근데 이젠 물티슈 쓰는 게 너무 불편해졌다. 내가 편하겠다고 생각 없이 막 뽑아 쓰던 과거가 죄송할 정도다. 집에 미리 사 놓은 2통의 물티슈를 어떻게 해야할까 싶다.
세안을 하고 나서 보통 화장솜으로 피부를 닦아내는 것도 그냥 스킨을 맨손으로 바르는 것으로 바꿀까 계속 고민하고 있다. (화장솜을 포기하는 것도 이렇게 주저하는 내 모습이 맘에 안들지만…)절전은 사실 자신 있는 부문이다. 안쓰는 코드는 뽑아놓는게 습관이 되어있고 에어콘을 올 여름엔 안 틀어보고 지내 봐야겠다. 여름은 여름답게, 겨울은 겨울답게!

no impact man

뉴욕 한복판에서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살아남기 프로젝트를 담은 책을 강사님께서 소개해주셨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지?’ 라는 놀라움과 의문이 동시에 들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친환경적인 삶을 사는 분들처럼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실천들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뻔한 얘기들을 것이라고 피곤해서 빼먹으려 했던 특강이 마치 내 인생의 방향성과 삶의 모토까지 영향을 끼친 것 같았다.
강연해주신 최광수 교수님, 정말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에코붓다 소식지 2014년 7-8월 호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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