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보살 이야기_인터뷰]
이영미님의 소소하고 확실한 실천
“나는 쓰레기없이 마음 편하게 산다”
편집부
‘이 사람은 몸으로 말하는 구나 ’ 라는 느낌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쓰레기제로운동을 실천하는 사람들 중에는 말이 필요없이 행동으로 옮겨서 보는 이로 하여금 ‘나도 저렇게 해보고 싶다’ 는 마음이 절로 드는..
지난 7월 초 서초 회관에서 그 중의 한 분,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영미님을 만났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지만 서로 이런 만남은 처음이다. 늘 편안한 웃음으로 대하는 그에게 서두 제쳐놓고 요즘 제일 핫한 실천이 무엇인지 물었다.
“핫 하다면 뭐가 있을까요.. 강아지 배변 패드를 일회용으로 쓰지 않고 빨아쓰는 면 패드를 사용하고 있어요. 몇 년 전부터 아이들이 하도 원해서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일회용 패드를 쓰다가 요즘에는 면 패드로 바꿔서 쓰고 있어요. 오줌은 밑에 방수처리 되어있는 배변패드 3개를 빨아서 번갈아 사용하고 똥은 나무젓가락으로 주워서 변기에 버리고 휴지는 안 쓰고 있습니다.
– 아이들도 같이 하나요?
“ 하하. 패드 빠는 건 안 하죠. 똥 치우는 건 저처럼 하구요. 저 없을 때는 일회용 패드도 사용하죠. 애들은 터치안하고 저만 해요. 저 보고 따라 하면 할 것이고 안 해도 그만이죠. 가끔 잔소리는 합니다. 지인을 통해서 빨아쓰는 패드가 있다는 걸 알고 사용하게 됐어요.
– 요즘 집집마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많이 키우고 있는데 배변으로 인한 쓰레기가 만만치 않은 것같아요. 배변패드만 바뀌어도 쓰레기양이 확 줄었겠네요?
“그렇죠. 가지고 있는 거 3년 정도 쓰고 있어요.”
– 저는 생활하면서 가장 어려운 게 일회용쓰레기더라고요. 비닐 플라스틱쓰레기는 어떻게 줄이는지요?
“시장은 재래시장에 가고요, 시장바구니나 모아놓은 비닐주머니 가지고 담아옵니다. 찢어질 때까지 사용하지요.”
– 시장이 근처에 있나요?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어요.
– 처음부터 이렇게 생활해오셨어요?
“아니요. 정토회에 오면서 하게 되었지요. 혁명 같은 일이었죠. 하하. 그전에는 잘 몰랐죠.
-길 가다가 자두를 먹고 싶은데, 장바구니가 없으면 어떻게 하나요?
“안 사요. 특별한 방법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장바구니와 여분의 주머니를 챙기는 게 중요하겠더라고요. 종종 아이들이 사오라고 할 때는 사게 되지만요.”
-맞아요. 저도 먹고 싶은 게 있는데, 쓰레기가 감당이 안 된다 싶으면 안 사게 되더라고요. 수박도 좋아하는데 쓰레기처리에 대책이 없으면 사지 않는 쪽을 택하게 되죠.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네요.
-외식이나 배달음식을 주문하실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전 거의 안하고요. 애들이 이용할 땐, 주문 시 ”나무젓가락, 콜라 안주셔도 됩니다“ 하고 옆에서 이야기해요. 아이들이 저 있을 때는 이용을 잘 안 해요.”(웃음)
– 혹시 생활 속에서 나만의 노하우나 소소한 실천이 있을까요?
“내가 뭘 하면 사람들이 놀래기도 하는데, 저는 그게 특별하다고 생각을 안해서인지 기억이 안나요.”(웃음)
– 식당에서 음식을 흘리면 휴지 안 쓰시죠?
“ 네. 손수건을 써요.”
-가방 안에 무엇을 갖고 다니시나요?
“텀블러, 손수건, 시장바구니 같은 거요. 예전에는 수저도 가지고 다녔는데, 지금은 안 가지고 다녀요. 사용할 일이 별로 없어서요.”
-이런 것들은 언제 유용하게 쓰이나요?
“텀블러와 손수건은 늘 어딜가나 기본으로 필요하구요. 시장바구니는 없을 때 곤란할 때가 많더라고요. 뜻하지 않게 사야 될 때가 생겨서 늘 갖고 다니죠.
– 이렇게 살아보니 뭐가 좋으세요?
“우선 마음이 편해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물려줄 지구환경을 나만이라도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싶고요. 요즘은 이래저래 동식물 뿐 아니라 쓰레기로 온 지구가 고통 받는 상황이니까 일회용을 써서 쓰레기가 나오면 오히려 마음이 불편해요. 엄마 아버지도 ”너 하나 한다고 뭐 변하겠냐?“ 하면서도 두개 쓸 거 하나 쓰고, 모임 가셔서도 음식남기지 않으려 하고요. 불편해하면서도 한번이라도 더 생각하고, 눈에 보이지는 않더라도 옆에 있는 사람들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그다지 불편하지 않고 할 만 하고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여기에 다 실을 수 없는 게 아쉽다. 다음 기회에 더 싣기로 한다. 외면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들. ‘내가 지금 만들어내는 쓰레기들로 다른 생명들이 고통 받겠구나’ 누구나 그 진실을 마주한다면 뒤끝이 찜찜하고 불편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싶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이 지구를 살릴 수 있는 확실하고 지속가능한 방법일 것이다.
*에코붓다 소식지 2019년 9-10월호에 실린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