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나비장터 이야기

영통법당

아주 미니멀한 〈미니장터〉이야기

박지해 I 경기도 광명


광명법당에 <미니장터>가 생겼어요

제가 이래봬도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한지 5년 정도 됐습니다. 우연히 TV를 시청하다 아무 것도 없는 빈집 같은 곳에서 불편함 없이 편하게 생활하는 한 일본인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었죠. 편하게 그리고 편리하게 살려면 뭐든지 그에 맞는 물건을 사야한다는 생각이 있었던 저에게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던 순간 이였어요. 이 날을 시작으로 저도 물건을 비우고 나누기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미니멀라이프’ 온라인 카페에도 가입해 회원들끼리 ‘비움’을 공유하고, 중고 앱을 통해서 ‘나눔’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면서 어느샌가 ‘비움 & 나눔’의 고수가 되어 있더라구요. 아마 저의 이런 생활을 함께 활동했던 도반님들이 아시고, 이번 정토회 운영 개편할 때 온라인 나눔장터 사업에 저를 적격자로 추천을 하신 것 같아요.


‘나비장터께 ‘미니멀라이프’를 더하는 컨셉으로 탄생한 것이 온라인 <미니장터>

소임을 받고난 후, 어떻게 하면 온라인 나눔 장터를 정토회가 추구하는 기준에 맞출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그 결과 오프라인 ‘나비장터’에 ‘미니멀라이프’를 더하는 컨셉으로 탄생한 것이 온라인〈미니장터〉랍니다.
이렇게 올 해 5월에 오픈한 미니장터의 운영은 크게 ‘나눔합니다’ & ‘구합니다’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을 시작을 했어요. 하다 보니 도반님들 사이에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코로나로 침체되고 우울했던 감정들이 ‘비움’과 ‘나눔’을 통해서 감사하고 가벼움의 감정들로 바뀐 거죠.(하하)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미니장터 분위기가 점점 고요해지면서 장터에 올라오는 물건의 수가 점점 줄어들더라고요. 한 번이라도 비움과 나눔을 경험을 해 보시면 ‘별거 아니구나〜’ ‘해보니 재밌구나〜’라고 바로 느낄 수가 있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몇몇 도반님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구경만 하시고 망설이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장터의 활성화와 도반님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고안해낸 방법이 ‘미니멀 게임’입니다.


미니멀 게임이란?

미니멀 게임은 한 달 동안 매일매일 해당일자에 맞춰 비움 물건 개수를 채우는 게임이에요. 예를 들면 3일째에는 3개, 25일째에는 25개의 물건을 비워야 하는 거죠. 이렇게 하면 한 달에 총 465개의 물건을 비움 할 수가 있어요. 마지막 날 어떻게 30개씩이나 비울 수 있냐고요? 그건 비밀인데요, 여기서만 살짝 알려드리면^^ 마지막엔 모아 두었던 고지서나 영수증 등을 비우기도 합니다. 특히, 이 게임은 이사를 앞둔 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시고 만족도도 굉장히 높은 편이예요.

광명법당에서는 먼저 미니장터에 공지를 해서 미니멀 게임에 참여할 사람을 몇 명씩 모집하여 별도의 카톡방에서 미니멀 게임을 진행했어요. 현재 미니멀 게임은 2기까지 마친 상태입니다. 이 모임이 인기가 좋아 참여하려고 줄을 서서 기다렸답니다. 미니멀 게임을 하는 동안에는 미니장터에 도반님들의 많은 물건들이 나와 장터 분위기는 시끌벅적하답니다. 게다가 게임에 참여한 도반님들의 집은 여기저기에 빈 벽이 생겨 나만의 법당을 만들 수 있는 효과도 있어요. 지금은 미니장터에 90여분의 도반님들이 참여하면서 꾸준히 한 주에 2〜3개씩 물건이 올라오고 있어요.


생활 속 아이디어를 만들다

저희 미니장터에는 ‘생활 속 아이디어’라는 카테고리가 있어요. 작은 아이디어를 내서 물건을 바로 버리기 보다는 최대한재활용 하여 다시 잘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죠. 즉, 도반님들 본인만의 물품 재활용 노하우를 공유한다고 보시면 되요. 요건 마치 긴급 심폐소생술로 버려지는 물건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것 같아 게시글을 볼 때 마다 재밌고 신기해요.

그 중 제일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는데요, 어떤 도반님이 못 쓰는 우산 천들을 모아 직접 재봉틀로 색동 앞치마를 만들었더라고요. 보는 순간 ‘우와!!〜우와!!’ 계속 감탄을 했었어요. 이미 많은 정토행자분들이 환경실천에 앞장서 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비우니까 충만해진대 온라인 장터에서도 수행한다!

장터에서 나에게 쓰이지 않을 물건을 내놓으면서, 물건에 붙은 나의 집착심까지 내려놓는 체험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나눌 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나비장터는 ‘비우니까 충만해진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실감하게 해주는, 아주 행복한 수행체험을 선물해 주고 있습니다.

또, 미니장터를 6개월간 운영하면서 법륜스님이 늘상 말씀하시는 ‘일과 수행의 통일’이 어떤 것인지를 많이 느꼈답니다. 온라인 운영자는 처음이라 많이 부족한 상태에서 시작하게 됐고, 중간 중간에 개선해야 하는 부분들이 보이면서 ‘왜 처음부터 이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하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제 업식도 올라왔습니다. 또한 장터에 관심을 주시는 몇몇 도반 분들의 의견들을 들으면서, 저의 생각과 다른 부분에서는 큰 시비심이 올라왔고, 내가 이 분야에 경험이 많아 더 잘 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제 고집을 피우기도 했습니다. 법당에 다니면서 수행이 좀 되지 않았나 싶었는데, 장터를 운영하면서 완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죠.

행정처 ‘온라인 나비장터’ 기획안 작업 초반에 광명의 경험을 제공하기도 했지만, 나중에 행정처에서 제공된 기획안과 도반들의 의견을 듣고 역으로 광명에 부족한 점을 더 보완하기도 하였습니다.


미니장터가 출범하게 된 동기 -환경보호

마지막으로 미니장터가 출범하게 된 동기에는 ‘환경보호’가 깊게 자리하고 있어요. 쉽게 쉽게 소비하고 그러다 제대로 쓰이지도 못하고, 또 쉽게 쉽게 버려지는 물건들… 환경학교 교육을 받을 때, ‘사람들의 대량 소비가 지구를 아프게 만든다.’는 글귀를 본적이 있어요. 우리가 생각 없이 소비하는 옷, 신발, 화장품 등등 모든 생활용품들이 자연을 파괴하고 지구를 아프게 하고 있더라구요. 환경실천이란게 비닐과 종이컵을 안 쓰는 것만이 제일이 아니라, 내가 소유한 물건들이 제 쓰임을 다 할 수 있게 하고, 또한 쓰지 않는 물건들은 바로 버리기보다는, 필요한 누군가에게 전달되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게다가 여기에서 나온 보시금들은 모두 JTS로 송금되어 세계 곳곳에 잘 쓰이고 있으니 이게 바로 1타 3피죠!!(하하)


전국 도반들이 ‘비움’과 ‘나눔’으로 지구도 지키고 마음도 가벼워지는 경험을 하기를

앞으로의 제 바램은, 광명의 온라인 미니장터가 환경실천과 수행방법의 모범 사례로 전파되어, 전국 법당의 많은 도반님들도 ‘비움’과 ‘나눔’을 통해 지구도 지키고 마음도 가벼워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에코붓다 소식지 2020년 11·12월호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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