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음식물 쓰레기 흙퇴비화 실험 이야기’①
2020년 11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전국적으로 ‘가정 음식물 쓰레기 흙퇴비화 실험단’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음식물 쓰레기의 발생을 최소화하고, 발생한 쓰레기는 발효를 통해 흙으로 퇴비화함으로써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제로화(최소화)하는 실험을 함께 해보는 환경실천 체험단입니다. 2020년에 총 1214명이 116개 모둠으로 편성되어 진행, 1기는 마쳤고, 2기는 진행중에 있습니다. 이번에는 음식물 쓰레기 배출 제로에 성공한 이야기들 세 편을 싣습니다.
퇴비화에 대한 나의 선입견은, 직접 해보니 완전히 바뀌었어요.
장순민 | 충청북도 제천시
법당의 사활담당님으로부터 음식물 쓰레기 발효제 퇴비화 실험단에 참여해보라는 권유를 듣고는, 지렁이 퇴비화 때의 기억으로 조금 망설여졌다. 2년 전 지렁이 퇴비화 때는 어렵게 느껴져서 금방 포기했었다.
사활담당님으로부터 이번 발효제 퇴비화는 기존에 하시는 분들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가르쳐준다는 말을 들었을 때, 기존에 퇴비화에 성공한 분들이 있다면 나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망설이고 머뭇거리고
퇴비흙과 발효제를 받아서 집에 가져다놓고 며칠을 그냥 지났다. 선뜻 실천이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음식쓰레기가 흙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적어도 2개월은 걸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음식쓰레기가 흙이 되지 않고 중간에 실패하여 그냥 갖다 버리게 된다면 번거롭고 또, 이 과정에서 냄새에 예민한 남편한테도 한소리 들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망설이고 있었다.
냄새 안날 것같은 귤껍질부터, 생쓰레기만 조심스레 시작
실험단의 단체톡에 다른 도반들이 퇴비화 실험을 시작했다는 사진과 함께 이야기가 올라오니 ‘나도 해봐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만 하다가 또 며칠을 보내던 중 귤껍질이 한 그릇 정도 나왔다. 귤껍질이라면 냄새는 별로 안날 것 같았다. 그래~시작해보자~
겨울이라서 보온이 되는 스티로폼 박스가 좋을 것 같았다. 재활용분리수거 해놓은 곳에 갔더니 스티로폼 박스가 많이 정리되어 있었다. 그중 튼튼한 것을 가지고 와서 깨끗하게 씻고 말려서 그 위에 흙을 2센티 정도 깔았다. 다른 도반들은 저울에 음식쓰레기를 몇 그램, 발효제 몇 그램 측정하여 기록하고 사진도 찍어 올렸다. 하지만 나는 저울이 없으니 대충 눈으로 어림하여 귤껍질과 배추잎 몇장을 잘게 썰어 준비해놓은 스티로폼 박스에 넣었다. 그리고 발효제도 어림하여 대충 뿌려놓고 그 위에 다시 흙으로 덮어 놓았다. 기록하는 것도 귀찮아 그냥 며칠 있다가 열어 보았다. 습기가 차서 하루 정도 환기시켰다. 냄새는 귤냄새가 났다.
며칠만에 또 귤껍질이 생겼다. 이번에는 귤껍질을 잘게 썰어서 그냥 묻지 않고, 기존에 실천하고 있는 도반의 동영상을 본대로 작은 플라스틱 통에 담아 발효제를 뿌려 놓았다. 이틀 정도가 지나니 색이 변하고, 만져보니 물컹한 느낌으로 발효가 되는 듯이 보였다. 이렇게 1차 발효를 하면 퇴비화가 더 빨리 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작은 통에서 1차 발효가 된 상태로 스티로폼 박스에 덮개 흙을 걷어내고 그 위에 넣고 덮개 흙으로 덮어놓았다.
갈등했던 마음이 도반과의 화상회의로 편안해져
이런 식으로 생쓰레기로만 실천해 보았다. 그런데 생쓰레기를 퇴비화 하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고 일거리가 생긴 것 같은 마음으로 번거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쯤 퇴비화 실험단 도반과의 화상회의가 잡혀 있었다. 화상회의를 해보니 함께 하는 도반들도 나와 생각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먼저 해본 도반들의 응원과 위로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스티로폼 박스 중간쯤 채워질 무렵 바닥 부분에 처음 넣은 귤껍질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해 아주 아래쪽까지 파보니 처음 넣은 귤껍질은 2주도 되지 않았는데, 이미 거의 퇴비화가 되어가고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빨리 퇴비화가 되고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되니 조금 자신감이 생겼고, 퇴비화가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퇴비용 주걱으로 밭을 갈듯이 아주 뒤집어서 환기를 시켰다. 퇴비 통이 햇빛 잘 드는 베란다에 있으니 베란다 문도 활짝 열고 환기를 시켰다.
싱크대 음식쓰레기 퇴비화에 도전해서 성공하고 나니 신이 났다
이때쯤 싱크대 음식쓰레기도 해도 된다는 동영상을 보고 싱크대 거름망의 음식쓰레기도 해도 되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그래, 역겨운 싱크대 음식쓰레기가 퇴비화가 되면 성공이다.’ 바로 싱크대 거름망 음식쓰레기의 물기를 빼고 작은 통에 발효제를 뿌려서 넣어놓았다. 3일 정도 지나서 열어보니 발효제와 섞여진 싱크대 음식쓰레기는 발효가 진행되면서 특유의 역겨운 냄새가 나지 않았다. 그것을 스티로폼 퇴비화통에 묻었다. 2일에 한번씩 환기를 시키면서 일주일 지나서 살짝 걷어 보았다. 음식쓰레기는 퇴비화 흙과 발효되어 검은 덩어리로 변했고 손으로 뭉구리면 뭉개졌다. 역겨운 냄새가 아닌 흙과 섞인 박하냄새 같기도 하고 어릴 때 퇴비장에서 나던 풀냄새가 났다. 성공했다!!
싱크대 음식쓰레기 퇴비화에 성공하고 나니 신이 났다. 신나게 할 수 있게 되니 싱크대 음식쓰레기를 만질 때면 저절로 인상 써지던 혐오감도 사라지고 손으로 편안하게 만질 수 있게 되었다.
생선이나 육류에도 도전!!
생선이나 육류도 도전해 보았다. 잘게 썰고 적정온도와 습기, 발효제만 있으면 어떤 음식물이든 퇴비화가 되었다.
① 음식물을 잘게 만든다. (싱크대 음식쓰레기는 대부분 작으니 그냥 한다.)
② 습기를 적당하게 만든다.
③ 투명한 작은 통에 발효제와 섞어서 넣어둔다. (밖으로 보이면 상태확인이 용이하다.)
④ 어림하여 20~25도정도의 적정온도에서 며칠동안 1차 발효한다.
⑤ 준비된 퇴비화통에 옮겨 묻는다. (기존 도반의 동영상을 참고함)
⑥ 환기를 자주한다. (싱크대 음식물 쓰레기는 물기가 많다.)
⑦ 퇴비화통이 가득차 있다면 밭갈듯이 뒤집어서 한번 환기를 해준다. (축소된 밭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퇴비화 실험단을 시작한지 한 달이 조금 지났을 때 성과다.
이제는 이 작업이 빨래를 돌리듯 익숙하여, 어림할 것도 없이 싱크대 음식쓰레기 나오는 것을 기준으로 자연스럽게 기존에 1차 발효 퇴비화통에 있는 것은 스티로폼 퇴비화통에 묻고, 그 통에 방금 나온 음식 쓰레기를 넣어서 발효시킨다.
기존의 내 선입견과는 전혀 다른 결과 – 음식물 쓰레기 제로로 뿌듯한 마음
실제로 퇴비화 과정을 실천해본 결과는 미리 이런 저런 생각으로 안 될 것 이라는 기존의 내 선입견과는 전혀 다른 결과였다.
실험을 해보고 성공하고 나니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내 인식이 180도 변하였다. 음식물쓰레기 봉투는 시작하고 일주일쯤 하나만 사용하고 이후에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음식물쓰레기 제로에 성공하고 퇴비화에 성공한 중요한 이유 중의 또 하나는 우리 집은 음식 먹는 양이 적다는 것이다. 음식쓰레기가 많이 나온다면 지금 정도의 퇴비화통으로 감당이 안 될 것이다.
이제 우리집(3인 가족)에서 나오는 음식쓰레기는 모두 흙이 되어서 밖으로 나가게 될 것이다.
이렇게 실천으로 음식쓰레기를 흙으로 돌려놓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뿌듯한 마음과 자랑스러움이 생긴다. 소중한 실천을 할 수 있게 함께 인연된 도반들에게 감사합니다.
*에코붓다 소식지 2021년 1·2월호에 실린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