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에코붓다

 

당신이 에코붓다


내 집 앞 쓰레기 줍다가 환경정책까지 바꾸었어요

윤순애|일산지회


집 앞 쓰레기 줍기에서 시작해 골목골목을 찾아다니며 담배꽁초 지도를 만들고, 급기야 고양시의 환경정책까지 바꾸며 올해 초 정토회 환경상까지 받은 윤순애 님. ‘이렇게 해서 뭐가 달라지겠냐가 아니라 이렇게라도 해 보자!’라는 마음으로 일상을 채우다 보면, 조금은 달라진 세상을 만날 수 있다고. 누군가는 앞서가고 누군가는 주춤하게 되는 환경실천, 윤순애 님은 ‘그래도 괜찮다’라고 말한다. 서로 ‘발화지점’이 다를 뿐 결국에는 만나게 되더라도 환한 미소를 짓는다.

 

정토회 환경상 수상을 축하드려요. 환경문제 개선방안을 연구해 고양시에 담배꽁초 전용수거함과 빗물받이 덮개 정책을 도입하셨다고요. 계기가 있었을까요?

저 혼자 한 일은 절대 아니죠.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함께 연구하고 달려온 행복 시민들이 함께 한 일입니다.

출발은 2020년 10월 즈음이었어요. 코로나로 인해 추석 때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행복 시민들과 ‘이참에 내 집 주변을 깨끗하게 하자’라고 마음을 모았지요. 각자 동네 주변을 돌며 쓰레기를 줍고 소통 방에 사진을 올렸어요. 그런데 마음에 걸리는 장면이 있었어요. 육교 밑에 수북하게 쌓인 쓰레기더미였지요. 과자봉지와 각종 페트병, 담배꽁초까지 산을 이루었는데 도저히 저희가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어요. 어떡할까 고민하다 시청에 전화했지요. 담당하는 곳이 애매해서 어디서도 손을 대지 않고 있던 상황이었나 봐요. 사진도 찍어 보내며,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되다고 설명했어요. 결국, 시청에서 트럭을 가지고 와서 바로 정리하더라고요. 쓰레기 줍기라는 작은 실천이 일구어낸 변화에 뿌듯했습니다.

그 후로 매일 30분~1시간씩 동네 주변 쓰레기 줍기를 했어요. 그러다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쓰레기가 담배꽁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사실 냄새도 역한 담배꽁초는 달갑지 않은 손님(?)이에요. 하지만 자주 눈에 띄다 보니 이것저것 알아보게 되었어요. 담배꽁초는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이걸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담배꽁초에 관한 연구가 시작되었네요?

그런 셈이죠. 담배꽁초 끝에 있는 필터는 솜이 아니라 미세플라스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또 바다 쓰레기 1위가 바로 이 담배꽁초라는 사실도요. 거리에 떠돌던 담배꽁초가 바다로 흘러가 물고기의 먹이가 되고, 다시 우리 식탁에 올라오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는 너무 놀랐어요. 우리 생명과 직결된다고 생각하니 해결 방안을 찾아야겠다 싶었어요. 집게와 장갑, 별도의 봉투를 마련해 담배꽁초를 줍기 시작했어요.

그리고는 우리 동네 담배꽁초 지도를 만들었어요. 담배꽁초는 다른 쓰레기와는 달리 음식점, 학원가 근처 등 수북이 쌓이는 문제의 지점들이 있거든요. 마을 지도를 그리고 이른바 핫 스폿들을 표시했어요. 그렇게 정리하다 보니 배수구가 보이더라고요. 덮개가 없거나 구멍이 너무 큰 배수구에는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여있었어요. 때로 흙에 덮여 있기도 하고요. 비라도 많이 내리면 도로로 넘쳐날 것이고, 그대로 하수처리장으로 흘러간다고 해도 문제였지요. 그저 열심히 줍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했지요. 우선, 다른 지역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나 알아보았어요.

담배꽁초 줍기로 머물지 않고, 연구를 통해 해결의 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놀랍네요.

담배꽁초와 관련해 조례가 있는 지역들이 적지 않더라고요. 이를 참고해 여러 번의 회의를 거쳐 관련된 문제점을 정리하고 영상도 찍어가며 자료들을 모았어요. 그리고 고양시 환경위원회 의장을 맡은 시위원을 찾아갔지요. 저희가 배수구 이야기를 하니까 처음에는 이해관계가 있는 사업자인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자발적인 환경봉사단체인 행복 시민들의 모임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깜짝 놀라 했어요. 시민의식이 이렇게 높은지 몰랐다고요.


행복 시민들과 담배꽁초 인식개선 캠페인을 꾸준히 벌이고 있다.

그동안 저희가 활동했던 내용을 토대로 담배꽁초 문제의 심각성을 설명했어요. 그리고 담배꽁초를 줍는 이들에게 보상하는 담배꽁초 포상제나 수거함 지원, 배수구 교체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어요. 그리고는 또 한 가지를 요구했는데, 바로 직접 담배꽁초를 줍고 인증사진을 보내 달라는 부탁이었지요. 며칠 후 사진이 도착했는데, 직접 거리를 나서보니 “충격적이었다”라고 소감을 전하더라고요. 거리에 그렇게 많은 담배꽁초가 있었는지 미처 몰랐다고 전했어요. 그리고는 담배꽁초 문제를 꼭 해결하겠다며, 직접 해 보니 행복 시민들의 활동이 더 감동적이라는 말도 덧붙였지요.

결국, 하반기 고양시 의정대회에서 행정기관장, 구청장, 시장의 답변을 듣게 되었어요. 저희와 소통했던 시의원이 일산 행복 시민들의 활동 내용이라며 그동안 담배꽁초와 관련해 제기한 문제들을 발표했거든요. 예산을 편성해 배수구의 덮개를 교체하고, 음식점이나 학원가 주변에 담배꽁초 수거함을 설치하겠다는 답변을 들었어요. 담배꽁초 보상제 역시 조례로 제출하기로 했고요. 작은 실천과 결심이 법과 제도를 바꾸는 순간이었지요.

그러고는 다시 저희가 해야 할 일을 찾아 나섰지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담배꽁초 인식개선 캠페인을 벌였어요, 담배꽁초가 얼마나 해로운지, 결국 우리 식탁에 돌아오게 된다는 사실을 플래카드와 엽서 등으로 제작해 알려나갔어요. 하지만 반응은 생각보다 시큰둥했어요. 금연캠페인이라고 알고 “저 담배 안 피워요!”하고 그냥 지나치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하고 문구도 바꾸고 조금씩 개선해나갔어요. 저희는 “이렇게 해서 뭐가 달라지겠냐고 아니라 이렇게라도 해 보자!”라는 마음가짐이었거든요. 덕분에 약수터 앞에 수북이 쌓여있던 담배꽁초가 어느 날부터인가 사라지더라고요. 지나다닐 때마다 눈살을 찌푸리던 거리에서 조금씩 깨끗한 거리로 모습을 바꾸어가는데 그렇게 반갑더라고요.

힘든 순간도 있었을 것 같아요.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시작한 일이 아니라 그다지 힘든 일은 없었어요. 가끔 중간에 그만두시는 분들이 계실 때는 가슴이 아프죠. 하지만 그것도 오래 문제 삼지 않습니다. 서로 발화지점이 다를 뿐이라고 여겨요. 이런저런 사정으로 그만두는 분들에게 “자리를 비워두겠으니 언제든 다시 오세요!”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러면 진짜 다시 돌아오세요. 누가 더 열심히 하고, 덜 하고를 따지지 말자고 저희는 이야기합니다. 서로서로 의지하는 이 끈만 놓지 말자고 말하지요. 날마다 조금씩 더 단단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앞으로 어떤 환경실천을 계획하고 계세요?

미세플라스틱 덩어리인 담배꽁초는 도심이며 숲이며, 바다를 가리지 않고 환경을 오염시킨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환경봉사부장을 맡으며 2011년에 빈그릇운동을 학교에서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우리가 음식을 남기면 지구 어느 편에서 굶고 있겠다는 이야기를 해주면서, 천만 원을 모아 캄보디아에 학교도 짓고 우물을 파는 일에도 도움을 주었어요.
결국, 환경운동은 비움과 나눔 같아요. 내가 비우면 비울수록 이웃에게는 나눔이 되니까요. 앞으로 빈그릇 운동을 다시 한번 하고 싶어요, 내년에 퇴직인데 그 전에 아이들에게 비움과 나눔의 마음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제가 환경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책임도 있지만, 그전에 지금 당장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기 때문이지요. 환경실천은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이야기입니다. 또 자세히 살펴보면, 어쩌면 내 밖의 문제가 아니라 내 안의 문제이지요. 욕심과 탐욕을 내려놓아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니까요.



*에코붓다 소식지 2022년 03·04월호에 실린 글 입니다.

bottom_ban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