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 신문] 행동하는 녹색지식인 ‘에코 캠퍼스’

방송날짜: 2006.12.7

요즘 대학가 곳곳에서는 친환경적인 생활 방식을 찾고 실천하려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소위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 열풍과는 구별되는 하나의 ‘사회운동’이다.  여기 ‘빈 그릇 운동’이라는 포괄적 환경 운동을 펼쳐 나가고 있는 우리대학의 통영 캠퍼스 친환경 동아리 ‘에코 캠퍼스’ 학생들을 보자. 자연과의 공존 가치를 알아가는 ‘에코 캠퍼스’를 이번 776호 색다른 면에서 만나봤다.

통영 바다의 아침 바람이 쾌활하다. 해안도로를 달리자 새삼스러운 감탄이 나온다.
“이만한 곳이 없어요. 공기도 맑은데다 바다를 눈앞에 두고 공부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찾아오는 길을 상세히 알려주던 정신영(해양대․환경공학4)학생. 주어진 환경에 충분히 감사하는 마음이 참 넉넉하다.  

친환경 동아리 ‘에코 캠퍼스’
요즘 대학가 곳곳에서는 친환경적인 생활 방식을 찾고 실천하려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소위 ‘잘 먹고 잘 살자’는 여유로운 ‘웰빙’열풍과는 구별되는 하나의 ‘사회 운동’이다.
‘참살이(웰빙)’이는 극단적인 일면으로 보면 개인 이기주의라 할 수 있어요. 자기 자신과 가족들의 심신 건강을 위해 좋은 생활을 하는 거죠. 하지만 이제는 한 차원 높여서 사회․경제․환경의 세 요소들을 충족하며 다함께 잘 살 수 있는 ‘참살이’를 해야 합니다. 미국의 소위 ‘로하스 족’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말이죠.”
최광수(해양대․환경공학)교수는 2000년 처음 부임해 오면서부터 대학 내 환경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단다.
“쓰레기가 넘쳐나고 분리수거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들을 보면서 대학 내에서 환경 관련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혼자 사업계획서를 만들면서 고민하다가 지난해부터 우리 환경공학과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고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결성된 것이 친환경 동아리 ‘에코 캠퍼스’였다. 이들은 그저 학생들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좀더 실질적이고 새로운 접근 방식을 찾았다.
“먼저 쓰레기통을 살펴서 쓰레기들을 분석했어요. 음식 쓰레기 문제가 가장 심각했습니다. 그래서 기숙사 식당과 협의를 해서 하루 잔반을 분석하고, 무게를 쟀어요. 개강하고 6월 달까지 조사 한 것을 보니 정말 가관이었어요. 거의 반 이상의 잔반을 그대로 버리는 수치였죠. 뿐만 아니라 분리수거의 수준은 형편없었어요. 초등학생이나 중 고등학생들도 철저히 배우는 분리수거가 대학 내에서는 잘 되고 있지 않더라는 거죠. 그래서 쓰레기통에 ‘되살림 쓰레기통’이라 이름을 붙이고 자연스럽게 분리수거가 될 수 있도록 했어요”

‘빈 그릇 운동’은 포괄적인 환경 운동
중학교 시절부터 환경 운동가가 되고 싶었다는 박보경(해양대․환경공학3)학생은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다. “직접적으로 환경에 관해 노력하는 방법을 몰랐는데 최광수 교수님을 만나 이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구체적인 일들을 할 수 있게 됐죠. 무엇보다 지금 까지도 이어가고 있는 ‘빈 그릇 운동’이 가장 고무적인 활동인 것 같아요. 이전에는 그저 샴푸를 사용하지 않는다거나, 에너지 절약 차원의 절전하는 습관 등의 소극적인 것들만 생각했었거든요”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는 ‘빈 그릇 운동’은 ‘음식을 남기지 말고 해결 하자’는 것이 목적이지만, 그에 깃든 큰 목표는 음식 쓰레기를 줄여서 연간 15조원의 낭비를 줄이자는 포괄적인 환경 운동이다. 이것을 대학 내 활동으로 처음 기획한 것도 역시 최광수 지도 교수였다.
“단순히 음식을 남기지 말자고 운운하며 전단지나 홍보물을 뿌리는 것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빈 그릇 운동’에 참여해서 실천하겠다는 서약을 받습니다. 그리고 서약서에 서명을 하면 서약금 천원을 내야 합니다. 이 서약금은 어떤 선불금의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굳은 의지를 얻어내자는 의미예요. 음식을 남긴 것을 보면 자원 낭비의 원인이 바로 ‘나’라는 사실이 명백합니다. 변명할 수 없이 스스로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인 것을 자각시키자는 것이죠. 그렇게 하면서 한편으로는 이 서약이 정말 자신과의 약속으로 이어지도록 맺어주는 매개체가 되도록 하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서명을 받아낸 사람들의 수는 7천 여명. 시장님을 비롯해 시․도 의원, 시민 단체, 중․고등학생들 등 통영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동참을 했다.
“어떤 분은 통영시의 13만 인구 중 절반 이상이 서명을 했는데 그만큼의 잔반이 줄었느냐고 묻기도 합니다. 과연 얼마만큼의 효과를 보느냐는 거죠. 물론 우리가 서명된 각각의 개인과 단체의 실천 정도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나타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가능성을 보는 것입니다. 서명인이 열명인 것과 백 명인 것은 분명 다릅니다. 그 백 명이 모두 이 활동을 정확하게 실천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 의식과 생각 속에 기회를 주었다는 것이 중요한 거죠”.
하지만 이들은 실천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곳에서는 철저히 그 기록들을 관리하고 있다. 특히 ‘에코 캠퍼스’ 동아리 내에서나 시청, 인근에 있는 학교들에서는 그 잔반이 얼마나 줄었는지 확인한단다. 또 의식이 얼마나 바뀌었는가를 설문지를 통해 알아보기도 한단다.

‘에코 붓다’와 지역 학교들과 연계 활동
이들은 ‘에코 붓다’, 한국 대학 사회 봉사 협의회 등의 단체들과 연계해서 활동을 한다. “사실 이 빈 그릇 운동도 ‘에코 붓다’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에코 붓다’는 사단법인 환경 운동 단체로, 불교 사상에 입각해 있는데요.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고 다만 내가 필요한 만큼만 사용할 뿐’이라는 불교의 무소유 사상에 입각해서 빈 그릇 운동을 만들어 냈어요. 이로운 사상을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끌어낸 것입니다”.
그러나 최 교수는 그 실천이 그저 안으로만 맴돌아선 안된다고 말한다.
“90년대 이전의 사회 운동의 주체들은 중․고등학생들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만드는 계층이 점점 노령화 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 운동 뿐 아니라 사회를 세워가는 지속 가능한 발전에는 교육의 기능이 아주 중요하죠. 초,중,고 대학 간의 종적 연대 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횡적 연대․교육도 이뤄내야 합니다”.
이들은 충무여중, 통영여고의 물푸레 동아리의 학생들과 함께 생태 수련회를 가진다. 태안반도를 함께 방문하기도 했고,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모꼬지’도 함께 했다. 토요일 에는 학생들을 캠퍼스로 초청해서 빈 그릇 포스터 그리기와 천연 비누 만들기도 할 예정이다.  “진정한 ‘녹색 지식인’은 지식과 실천에 균형을 갖춘 사람이겠지요. 피켓하나 들고서 사람들의 의식을 바꿀 수 없습니다. 내가 먼저 행동해야 합니다. 환경 뿐 아니라 사회의 다양한 것들을 아울러 무지개 빛을 내는 지식인이 되십시오”. 삶의 ‘염치’를 아는 이들이 참 아름답다.


글 심애향 객원기자 / 사진 강창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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