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 불교환경운동이 달라진다
방송날짜: 2007.1.21
불교환경운동이 달라진다
샐활속에서 실천하는 ‘불교환경의제 21’ 등 ‘개발반대 일변도’서 ‘실질적 대안’ 중심으로
불교환경운동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새만금 간척사업, 천성산 고속철도 건설 등 대규모 국책개발사업과 관련 환경훼손에 맞서 개발반대운동을 펼쳐왔던 불교계 환경운동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최근 국민들의 관심이 부동산 등 경제문제에 쏠리면서 국내 환경운동이 소강상태로 접어든 가운데 불교환경운동단체들이 반대운동 일변도였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일상생활 속에서 불교생명사상을 실천할 수 있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의 중심에는 조계종 환경위원회(위원장 지원스님)가 지난해 9월 선포한 ‘불교환경의제21’이 있다.
● 조계종 환경위원회가 주축
사찰과 단체, 개인별 실천을 유도하는 환경운동으로의 전환을 추구하는 불교환경의제21은 △불교환경 기본의제 △환경친화적인 생활과 수행 △생태사찰 만들기 △수행환경 지키기 △사찰과 지역공동체 등 5개 분야별 실천해야할 행동계획으로 구성돼 있다. 조계종 환경위원회를 중심으로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사찰생태연구소, 불교환경연대, 에코붓다 등 불교환경단체들은 올 한해 불교환경의제21을 완성해 나가기 위해 △빈그릇운동 △사찰생태 모니터링 △친환경 공양미 올리기 △환경5계 제정ㆍ실천 등을 중점사업으로 삼고 적극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그동안 불교계는 각종 환경현안이 발생하면 그에 대응하는 수준에서 환경운동을 펼쳐왔다는 것이 환경운동가들의 지적이다. 김달수 환경운동연합 홍보국장은 “불교계 환경운동이 사회적으로 상당한 파급효과를 내긴 했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수경스님 등 몇몇 인사들 중심으로 국지적, 수동적으로 진행된 면이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종단차원 실천 로드맵 준비
때문에 수동적인 모습에서 탈피해 우리가 먼저 환경보존을 실천해 나가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대내외에 알린 불교환경의제21 선포는 환경보존을 위해 종단과 사찰, 사부대중 별로 각자 실천해야 할 방향과 항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불교환경연대 공동대표 혜자스님은 “불교환경의제21 선포는 개별적ㆍ산발적으로 진행되어온 불교계 환경운동의 한계를 극복하고 조계종단 차원에서 환경보전의 실천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라며 “불교계 전체 의견과 지혜를 모아 모든 불자들이 환경운동의 주체가 되어야함을 명확히 하는 환경오계(五戒)를 만들어 적극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불교환경의제21 실천의지와 맥을 같이하고 있는 정토회의 ‘빈그릇 운동’, 불교환경연대와 생태지평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아토피 제로 산사학교’ 등은 불교계 안팎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황호섭 생태지평연구소 연구원은 “새로운 환경이슈의 부재로 국내 환경운동이 다소 침체된 가운데 불교계만의 장점을 살린 빈그릇 운동, 아토피 산사체험 등은 불자는 물론 일반인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새로운 대안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체계적 시스템 마련 등 과제
하지만, 이 같은 불교환경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특히 불교환경의제21과 같은 선언적 의미가 강한 환경운동은 불자들이 실천하지 않는다면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 때문에 종단과 불교환경단체는 물론 사부대중이 실천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준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어렵게 불교환경의제21이 제정 발표됐지만 실천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라면서 “불자들이 이를 지킬 수 있도록 서로 독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헌석 청년환경센터 대표도 “과거 불교환경운동이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고 흐지부지 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이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종단을 큰 축으로 보다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정철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