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환경사랑 쑥…1석 3조 ‘빈그릇 운동’ 아시나요
방송날짜: 2007.5.23
환경사랑 쑥…1석 3조 ‘빈그릇 운동’ 아시나요 | ||
서대문구 홍은초교 ‘음식 안 남기기’ 실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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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르륵… 달그락달그락… 후룩∼.’ 급식을 받은 학생들이 식판에 담긴 밥과 국, 반찬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먹는다. 이어 식판에 물을 붓고는 밥 한 톨이라도 남을까 숟가락으로 ‘득득’ 긁어 마신다. 23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초등학교 6학년 4반 교실의 점심식사 시간 풍경이다. 이 반 28명의 어린이들은 밥과 반찬을 남기지 않아 잔반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이들은 올해 개학하자마자 ‘빈그릇 운동’에 동참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빈그릇 운동이란 환경운동단체 ‘에코 붓다’가 ‘음식을 남기지 않겠다’는 서약과 실천으로 환경과 음식의 소중함을 알리는 운동이다. 이들이 빈그릇 운동에 동참하게 된 것은 담임인 신정화(50·여) 교사의 적극적인 노력 덕택이었다. 신 교사는 “새내기 교사 시절에 반 아이들의 도시락 잔반을 모아 보니 한 대야가 넘었다”며 “잔반을 줄이기 위해 가는 곳마다 음식 남기지 않기 운동을 벌였다”고 말했다. 처음 식판에 물을 부어 먹을 때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무척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의 반 학생인 김기범(12)군은 빈그릇 운동을 시작한 지난 3월 5일 일기에서 “죽음의 낮 12시가 되었다. 온 몸에 소름이 닥쳐온다”고 적을 정도였다. 그랬던 김군은 이날 “지금은 완전히 적응돼 깨끗한 그릇을 보면 자랑스럽다”며 웃었다. 윤진현(12)양도 “김치도 잘 안 먹었는데, 빈그릇 운동에 동참하면서 편식 습관이 사라지고 음식의 소중함도 알게 됐다”고 뿌듯해 했다. 신 교사는 “아이들이 금세 적응해 오히려 내가 더 놀랐다”며 “작은 실천이지만 편식습관 해소와 음식물 쓰레기 감소, 환경보호 등 1석 3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신 교사 주도로 시작된 빈그릇 운동은 학교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다. 지난달부터 빈그릇 운동에 동참한 1학년 1반 윤인숙(41) 교사는 “음식을 남기지 않으면 칭찬스티커를 붙여준다”며 “나이가 어려 밥을 먹고 토하는 등 적응하지 못했던 아이들도 칭찬스티커를 받기 위해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는 빈그릇 운동에 부정적이다. 한 학생은 “엄마에게 빈그릇 운동을 이야기했더니 ‘요즘 세상에 음식이 모자라는 것도 아닌데 뭐 하는 것이냐’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신 교사는 “어른들이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에 앞장서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홍은초등학교처럼 빈그릇 운동에 동참하는 전국의 유치원 및 초·중·고교, 대학은 모두 830여곳에 달한다. 에코 붓다 김윤희 간사는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음식을 남기지 않는 습관을 들이면 효과가 평생 갈 것”이라며 “이제 학교뿐 아니라 기업, 지자체, 군대 등으로도 빈그릇 운동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진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