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엄마] 쓰레기 제로에 도전하는 빈그룻운동
방송날짜: 2007.2
쓰레기 제로에 도전하는 빈그릇운동
너의 빈 그릇을 보라. 지금 나의 그릇은 비어 있다.
곧 귀중한 음식으로 채워질 것이다.
너의 가득 찬 그릇을 보라.
나는 이 음식 속에서 나의 존재를 떠받치는
온 우주의 존재를 본다.
-틱낫한의 식사기도 중에서
좋은엄마사랑방 에코붓다 사무국장 백혜은
맑은 얼굴에 선한 미소가 무척이나 인상적인, 정토회 산하 에코붓다의 백혜은(34)사무국장. 그는 자연과 조화되는 순환적인 삶을 사는 것을 목적으로 1988년 설립된 한국불교환경교육원의 후신인 에코붓다에서 생태주의, 생명운동의 이념 전파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백 국장은 현대 환경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수행과 참회를 통해 깨달은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불교적 가르침에 따라 ‘쓰레기 제로운동’과 ‘음식물 쓰레기 제로운동’등 대안적 생활양식 실천운동을 펼치는 데 앞정서고 있다.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어머니가 독실한 불교신자시라 저도 어려서부터 절에 다니긴 했지만 그땐 그저 놀이삼아 다녔던 것 같아요. 절밥도 맛있었구요(웃음)”
사실 그가 대학생불교연합회 활동을 할 때만해도 환경운동은 ‘배부른 자들의 투정’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다른 사람을 바꾸고 또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했던 그에게 문득 ‘내’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정토회 활동을 했지만 97년도부터는 실무를 맡으며 본격적인 생태운동에 동참했다.
“에코붓다란 무슨 뜻인가요?”
“에코붓다란 생태적 깨달음을 추구하는 생명을 말합니다. 단순하고 소박하게,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풀꽃 향기 맡으며 흐르는 강물처럼 늘 새롭게 살고자 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자는 소박한 삶을 추구하는 이를 에코붓다라 부릅니다.”
에코붓다에서 벌이는 생태운동은 단순히 지구환경보존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 폐기에 의한 소비문화의 만연은 물질적 풍요로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가난’에 의한 것이다. 즉 마음을 비우고 생활 속에서 약간의 변경을 이룬다면 더 갖지 않아도 행복해지는 삶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쓰레기 제로운동
1999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쓰레기 제로운동은 쓰레기 문제해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인간 생활 전 영역에 걸치는 소비 활동과 에너지 사용의 분야에 수행되었다.
“무엇보다 쓰레기가 환경과 제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요. 쓰레기는 삶과 환경의 연결고리이고 문명의 끝이라 볼 수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매년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이 14조 7천억 원 정도인데 이만한 양이면 식량 부족으로 시달리는 북한 인구가 30년을 먹을 수 있는 양이라 합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매립하거나 소각하는데도 4000억 원 이상의 세금이 사용되고 있으니 참 안타까운 일이죠.”
쓰레기 제로운동의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면 쓰레기 정밀조사를 통한 철저한 분리수거와 재활용, 일회용품의 사용절제, 일회용 생리대 대신 면 생리대 사용하기 등이 있다.
“면 생리대 쓰자 그럴 때 제가 손들고 반대했거든요. 그런데 직접 사용해보니 그렇게 불편하지도 않고 오히려 몸에 더 좋은 것 같아요.”
2004년 시작된 빈그릇운동은 본래 쓰레기 제로운동의 일환이었다가 독립적 생태운동으로 분리되었다. 음식물 쓰레기 문제는 풍요로운 사회에서 음식이 가진 생명성을 깨닫지 못하는 데서 발생한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 쌀 한 톨이 내 앞에 오기까지의 과정, 다시 흙으로 돌아가기까지의 과정, 즉 잃어버린 순환의 과정을 되돌려야 한다고 보았다. 주부 활동가들의 깊은 고민과 실험의 결실인 ‘음식물 쓰레기 제로를 위한 6단계’를 소개해 본다.
1. 장보기-장바구니, 투명망, 방수망 이용, 구입목록작성, 냉장고에 음식물 목록 부착
2. 조리-오래된 재료 우선 조리하기,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조리법, 남은 음식 재이용
3. 먹기- 남기지 않고 먹기, 그릇 닦아먹기
4. 설거지-천연세제 이용, 물 받아쓰기
5. 퇴비화-지렁이 등을 이용한 퇴비화
6. 농사-텃밭 가꾸기, 화초 가꾸기
나는 음식을 남기지 않겠습니다.
또 음식점에 직장 동료와 함께 식사를 하러 갔을 때는 우선 주문하기 전에 메뉴판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자신의 식사량을 미리 말해 적게 먹는 사람은 ‘조금만 주세요’라고 말하고 먹지 않을 음식은 미리 반납한다. 여럿이 함께 먹는 요리에는 개인 접시를 사용하고 먹고 남은 음식이 담긴 그릇에도 이물질을 버리지 않는다. 음식이 남지 않을 만큼만 더 주문하고 먹지 않을 후식은 미리 사양한다. 그래도 남은 음식은 포장해서 가져간다. 이처럼 에코붓다가 펼치는 모든 환경운동은 무조건적인 보존과 금지가 아닌, 적합한 대안 방식을 연구 개발하며 직접 실천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 에코붓다는 서울시 양천구와 음식물 쓰레기 제로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 개발 및 상호협력을 위해 빈그릇 협약식을 체결하여 2009년까지 음식물류 폐기물을 50%감량키로 했다. 또 군부대와 학교들의 빈그릇운동 동참열기도 한결 뜨거워지고 있다. 그 어느 해보다 바빠질 백혜은 사무국장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음식물 쓰레기 제로운동은 환경과 생명을 다 살릴 수 있는 생활실천운동입니다. ‘나는 음식을 남기지 않겠습니다.’ 라는 소박한 마음으로 환경을 살리고 지구 저편 이웃들을 살리는 ‘비움과 나눔’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2007년 2월 좋은엄마 ‘손연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