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엄마는 환경 비누 만들고 딸은 빈그릇 운동
방송날짜: 2007.7.10
수지양은 “친구들도 제가 이런 일 하는지 몰라요. 뭐 별 것도 아닌데요”라고 말했다. 그의 환경운동은 실은 부족한 학교 봉사 점수를 메우느라 시작됐다. 어머니 김점희(40)씨가 “자원봉사를 하면 봉사 점수를 주는데 해 볼래”라고 권유했고, 그 말에 따라 나선 것이다. 처음 한 일은 ‘에코 붓다’ 행사 현장에서 사진을 찍어 홈페이지에 올리는 일이었다. ‘에코(환경) 기자’가 된 것이다. 봉사 점수를 다 채우고 난 다음도 사진을 찍기 위해 자연스레 여러 행사 현장을 방문했다. 수지양은 참가한 많은 단체의 활동을 보면서 어머니 김씨를 이해하게 됐다. "처음엔 외계인이거나 괴짜라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자랑스러워요.” 김씨는 과거에 늑막염을 앓은 뒤 1년간 투약한 약의 부작용때문에 원인 모를 피부병으로 고생했다. 이 때문에 집 밖에서 파는 음식을 피하고 화장품과 비누 등도 직접 만들어 썼다. 환경단체에서 제조법을 배운 것이다. 하지만 수지양의 생각은 달랐다. 남들은 다 잘 쓰는 비누는 몸에 안 좋다고 못 쓰게 하고, 비누 같지도 않은 것을 만들어 주는 엄마가 싫었던 것이다. 그런데 수지양이 머리를 심하게 부딪힌 뒤 머리카락이 자꾸 빠지는 일이 생겼다. 그때 어머니가 만든 비누가 효험이 있었다. 머리가 덜 빠지는 것이었다. 게다가 어머니 김씨의 비누 제조법도 날로 나아졌다. 수지양은 친구들 생일에 어머니가 만든 비누를 선물하게 됐다. 수지양은 생리대도 면생리대를 쓴다. 학교 갈 때나 오랫동안 외출할 때는 일회용을 쓰지만 가려움증이 있어 집에 오면 저절로 면생리대로 바꾼다. 비누와 마찬가지로 면생리대를 쓸 때도 처음에는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었다. 유난 떤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수지양은 “웰빙 바람이 불면서 어머니가 하는 모든 일, 그래서 생활이 된 일들이 실은 사람이 잘 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봉사 점수를 채우기 위해 시작한 일 덕분에 알게 된 것도 많았다. 한국에서 연간 음식 쓰레기로 버려지는 돈이 15조원이나 되고 이 돈은 월드컵경기장 70개와 지하철 노선 7개를 만들 수 있는 돈이라고 했다. 수지양은 이 말을 듣고 정말 깜짝 놀랐다. "음식 쓰레기로 그렇게 많은 돈이 버려지다니…, 지구상에서 매일 다섯 살 미만의 어린이 3만4000명이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간다는데….” 이제 수지양은 인터넷 관리자로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어머니 김씨와 얘기하고 의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어머니는 친구 역할을 하면서 수지양의 일을 후원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 것이다. 자녀를 교육하는 일은 부모가 생활 속에서 작은 실천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부모는 그러한 실천에 아이가 적응해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수지양은 한창 시험 기간에도 하루도 안 빠지고 인터넷 사이트를 둘러보고 있다. 수지양은 “빈그릇 운동을 통해 지구 한편에서는 많이 먹어 병이 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먹지 못해 죽어가는 일이 없어지고 다 같이 행복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숙 열공 리포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