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재가불자 1만인, 4대강 개발 반대 생명평화선언

방송날짜: 2010.07.14


 


 
  
▲ “4대강을 그대로 흐르게 해 주세요” 이날 조계사 기자회견 장소 앞에 있던 사진 게시판. 시민들이 “4대강을 그대로 흐르게 해 주세요”라는 종이를 들고 찍은 사진들이 붙어 있다 
ⓒ 이미나  4대강
 
 



 


“우리 불교도들은 이제 우리 안의 무지와 무관심, 무능력부터 떨치고 일어서려 합니다. 생명과 평화를 살리는 대장정에 망설임 없이 나서, 우리 어깨에 죽비를 내려친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에 화답하고자 합니다.”


 


불교도들이 나섰다. 재가불자 1만인이 ‘생명평화선언’에 동참, 문수스님의 유지를 이어받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그들은 선언문에서 국민들에게 “우리 국민들의 관심과 애정만이 죽어가는 강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며 “조화로운 공존의 세상을 열어갈 수 있도록 국민 모두의 용기를 모아 나갑시다”라고 호소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지금이라도 생명파괴를 염려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특정 구간 한 곳을 시범적으로 지정하여 사업을 집행하고 그 영향을 면밀히 평가한 후 확산여부를 결정하자는 국민 다수의 요구를, 최소한의 합리적 대안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마십시오”라며 4대강 사업의 시범구역을 지정하는 대안을 받아들일 것을 주장했다.


 


“4대강 사업, 반생명적 파괴행위”


 


 
  
▲ 묵념하는 참석자들 본격적인 기자회견이 시작하기 전 참석자들이 모두 일어나 문수 스님의 영전에 묵념하고 있다. 
ⓒ 이미나  문수스님
 
 



14일 오후 2시 서울 조계사에서 4대강생명살림불교연대 주최로 문수스님 소신공양 추모 및 4대강 개발 반대 재가불자 1만인 생명평화선언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는 현일환 대한불교청년회 사무총장, 오용승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 사무총장, 손안식 조계종 중앙신도회 상임 부회장, 우희종 서울대 불이회 부회장, 유정길 에코붓다 대표, 김영란 나무여성인권상담소 소장 등 불교계 인사 20여 명이 참석했다. 평신도들의 모습도 보였다.


 


이번 선언은 열흘 전인 7월 4일 4대강생명살림불교연대에서 발의된 것을 시작으로 1만인 서명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준비한 지 사흘여 만에 만 명이 넘는 재가불자들이 동참, 현재 16,917명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최측은 서명 집계에 추가적으로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했을 때 2만여 명 정도가 서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4대강생명살림불교연대 집행기구에 참여하는 사찰과 단체를 중심으로 일어난 이번 1차 선언을 시작으로 앞으로 2, 3, 4차 선언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차 선언에 참여한 재가불자들의 명단은 신문 광고에 게재된다.


 


이날 기자회견은 정웅기 4대강생명살림불교연대 상황실장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먼저, 박경호 한국불교대학생연합회 회장의 대금연주와 추모 묵념이 있었다. 이어 손 부회장의 발언이 이어졌다. 그는 “작금의 현실에 가슴이 미어진다”며 “문수 스님이 지난 달 친히 보여주신 외침을 되새기기 위해 이 자리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이 스님을 그렇게 (소신공양하도록) 만들었는지, 작금의 상황에 우리 재가불자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저 눈물이 나고 말문이 막힐 뿐이다”고 심경을 밝혔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에 대해서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고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4대강 사업을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자연 환경과 생태를 함부로 하는 반생명적 파괴행위”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그는 “미명에서 깨어나 국민과 생명을 존중하고 평화를 위한 결단을 촉구하는 바이다”라며 발언을 끝맺었다.


 


“권력 나눠먹기에, 추한 모습만 보이는 나라꼴이 참 말이 아니다”


 


 
  
▲ 선언문 낭독하는 김영란 나무여성인권상담소 소장 김영란 나무여성인권상담소 소장이 기자회견에서 ‘재가불자 1만인 생명평화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 이미나  김영란
 
 



다음으로 박광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공동대표가 인사말을 했다. 박 대표는 “정부가 정신을 못 차리면 국민이라고 차려야 할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많은 전문가들이 아무런 이야기도 못하고, 주요 언론들이 다뤄주지 않고, 국민들은 혼란해 한다”며 지금의 상황을 정리한 그는 이 기자회견이 “나머지 몫을 어떻게 할 것인가 다짐하는 자리가 돼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을 “찍어내듯이 같은 깊이에 같은 넓이의 무엇”을 만들려 한다고 정의한 그는  “생명을 위한 것인지, 토목업자들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반짝 경제효과를 볼 정치인을 위한 것인지”라며 4대강 사업의 목적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권력 나눠먹기에, 추한 모습만 보이는 나라꼴이 참 말이 아닙니다”라고 말하며 “(문수 스님께서) 목숨이 헛되지 않았을까, 이런 걱정을 하시지 않을까”라고 걱정했다.


 


그 후로 선언문 낭독이 이어졌다. 낭독은 정토회 자재법사, 유정길 에코붓다 대표, 그리고 김영란 나무여성인권상담소 소장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그들은 때로는 낭랑하게, 때로는 엄숙하게 낭독을 이어갔다.


 


우희종 교수, 조계종 종단의 협력 촉구하기도


 


낭독 후 이어진 선언문의 취지를 밝히는 순서에서 우희종 서울대 불이회 부회장은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을 우리가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점을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입을 떼었다. 그리고 문수 스님의 유지가 외견상으로는 사회적인 모양을 갖추고 있으나 “단순한 토목공사의 시각이 아니라 공사를 통해 희생되는 뭇 생명에 대한 자비심”이라는 관점에서 4대강 사업을 바라볼 것을 지적했다. 또한 문수 스님의 유지에 나와 있는 ‘최선을 다하라’는 말이 “상대방에 대한 분노나 항거의 뜻이 아니라 준열한 꾸짖음이고 동시에 타이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우 교수는 마지막 순서인 질의응답 시간에서 조계종 종단에 재가불자와 종단 간의 긴밀한 협력을 촉구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종단에 “이번(기자회견)이 조계종 종단이 각성하는 취지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이 같은 뜻을 전했다. 이는 지난 8일 조계종 총무부장 영담 스님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종교인도지원위원회가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사실상 4대강 찬성 의견을 밝힌 것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정웅기 실장은 이에 대해 “일단 추모제가 끝난 후 (영담 스님의) 성명 발표에 대해 불교시민사회단체에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8일로 49재를 맞는 문수 스님의 추모제는 토요일인 17일 저녁 7시 반 서울광장에서 예정대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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